[생각하며 읽는 동시] 아기의 새벽

아기의 새벽

                    윤동주

image

우리 집에는

닭도 없단다.

다만

아기가 젖 달라 울어서

새벽이 된다.

 

우리 집에는

시계도 없단다.

다만

아기가 젖 달라 보채어

새벽이 된다.

 

 

주권 잃은 나라 독립 향한 열망

윤동주 시인(1917-1945)의 작품 속에서 골라본 새벽을 노래한 동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윤동주. 시인은 일제 치하의 어려운 시절을 살면서도 맑고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았다. 이 동시는 새벽과 아기를 하나로 연결 지은 어떻게 보면 가장 순수한 동심을 노래한 것 같지만, 또 어떻게 보면 나라의 독립을 바라는 팡파르 같은 작품이기도 하다. 새벽은 어떻게 오는가? 시인은 묻고 있다. 아기가 젖 달라고 울어서 온다고 했다. 여기서 아기는 누군가? 필자는 이 아기가 단순한 어린 아이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곧 이 나라의 백성이 아니었을까? 온 나라의 백성들이 들고 일어나라는 메시지를 준 것은 아닐까? 잃어버린 나라를 도로 찾아야 한다고 외친 것은 아닐까? 일제의 삼엄한 눈을 피하려면 마음속의 하고 싶은 말을 꼭꼭 숨겨야 했을 것이다. 그 시가 바로 이 동시가 아니었을까 싶다. 닭도 없고 시계도 없는 집은 곧 빼앗긴 나라를 의미한 것. 그래서 언제 새벽(광복)이 오는지 알 수 없다는 것. 아기의 울음만이 새벽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 시인은 이 동시를 통해서 주권 잃은 나라의 독립을 위해 우리 민족의 궐기를 호소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동시인가!

윤수천 아동문학가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