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파랗고 떫은 시절도 있었다
병아리 깃털처럼 노랗던 햇살에 기댄 봄
용광로처럼 뜨거웠던 여름날의 열기
홍시는 말랑하고 잎은 고운결로 물들었다
모두 비어내어
긴 동면을 준비하는 등 굽은 감나무
곱게 물 들였던 이파리들 미련없이
흙으로 돌려 보낸다
감잎 하나 주워 가을하늘에 비춰본다
그동안 나는 어떤 빛깔의 이파리를 직조했을까
헛된 욕망으로 짠 수북한 회색 이파리들
초가지붕 위에 열린 하얀 박처럼 소박한 빗자루로
모두 비워내고
감잎 닮은 고운 내 가을의 잎을 차곡차곡 쌓으며
하뭇뭇한 하얀 겨울을 기다린다
황영이
‘국보문학’으로 등단.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시인마을’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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