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퀴즈로 이야기를 시작할까 한다. 충북 청주에도 있고, 강원도 강릉에도 있는데 대도시 인천엔 없는 것은 무엇일까. 정답은 공립 미술관이다. 물론 송암미술관이 있지만 그에 ‘공립’을 붙이기엔 다소 민망하다. 지역 예술인들은 그걸 부끄러이 여기며 줄기차게 공립 미술관 설립을 요구해 왔다. 그동안 여러 이유로 번번이 좌절돼 왔지만 최근 희망적인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2017년 민선 6기 시절부터 추진해 온 인천뮤지엄파크 조성사업이 국제설계공모를 실시하는 등 본궤도에 올랐다는 것이다. 학익동 옛 동양화학 부지 내에 조성되는 뮤지엄파크에는 총 4만1천170㎡ 규모에 2천14억 원을 들여 미술관, 박물관 등을 들일 것이라 한다. 바야흐로 인천시립미술관의 탄생이 임박한 것이니, 만시지탄이지만 정말 반갑고 고맙기가 한량없다.
박물관, 미술관 등은 인간 내면의 예술적 창의력과 감수성을 일깨워주는 감성발전소와 같다. 최근에는 사람들을 만나게 하고 집단정체성을 형성하는 교량적(bridging) 사회자본으로 인식되기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가치를 갖고 있지만 ‘돈(이윤)’이 되지는 않는다. 민간보다 공공 부문의 책임과 역할이 강조되는 대목이다. 여느 지자체처럼 진작 시정부가 나서야 했다.
인천뮤지엄파크는 적잖은 예산이 투입된다. 게다가 전액 시 예산이다. 하지만 기왕 시작했으니 하려면 제대로 했으면 한다. 우선 조직과 예산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학예사를 중심으로 한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전시품 구입 예산을 늘려 양질의 작품 확보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민간 예술계와의 협력 체제를 공고히 구축해 그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고 반영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그들의 역할과 책임을 나누는 민관합동조직(TFT)도 검토해보자.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행정안전부는 2021년 지방재정투융자 심사를 하면서 사업규모 축소라는 조건부 승인을 내렸다. 더 키워도 부족한데 덩치를 줄이라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지역 정치권의 공동대응이 필요하다. 미술관의 정체성을 ‘디아스포라(離散)’로 한다는 방침도 재검토했으면 한다. 관련 연구용역 결과나 몇 차례 공청회 결과 등을 감안했다지만 처음 문을 여는 미술관에 다소 처연한 감성을 이입하는 건 논란의 소지가 있다. 정책 추진엔 속도가 중요하지만 섣불리 결정내리는 것은 더 위험하다. 다시 머리를 맞대 보자. 서로의 힘을 보태자. 그런 모두의 노력으로 우리 인천에도 뉴욕의 뮤지엄 마일(Musium Mile) 못지않은 문화예술의 명소가 탄생하기를 희망해 본다. 정말 간절히.
이상구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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