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팔 하나로도

팔 하나로도

-우크라이나 전쟁

                                        박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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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쪽 팔을 빼앗겨버린

소녀에게 물었다

얼마나 괴롭고 불편하냐고.

 

아니요

한 팔로도

별을 가리킬 수 있고

 

한 팔로도

엄마를 꼭 안을 수 있어요.

 

한쪽 팔로 가리킨 전쟁 참상 고발

지난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7개월이 지난 현재에도 멈출 줄 모른 채 계속되고 있다. 전쟁은 한마디로 끔찍하기 짝이 없다. 아무 죄 없는 어린이들까지도 전쟁의 화마에 희생당한다. 그 어린 것들이 무슨 잘못이 있는가. 이 동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한 쪽 팔을 잃은 어린 소녀를 모델로 삼았다. ‘한 쪽 팔을 빼앗겨버린/소녀에게 물었다/얼마나 괴롭냐고.’ 그러자 소녀가 대답했다. ‘아니요/한 팔로도/별을 가리킬 수 있고//한 팔로도/엄마를 꼭 안을 수 있어요.’ 아, 맞다! 한 팔로도 뭐든 할 수 있다. 두 팔을 가지고도 제대로 사람노릇 못 하는 사람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가. 별을 가리키기는커녕 별을 못 보는 불쌍한 이도 수두룩하지 않은가. 끌어안아야 할 사람을 끌어안기는커녕 등지거나 밀어내치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은가. 한 쪽 팔을 잃은 이 소녀는 두 팔을 가진 어른들을 향해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무서운 동시를 본 적이 있는가? 전쟁의 참혹함을 이렇게 고발한 작품을 본 적이 있는가? 이건 어린이들이 읽어야 할 시가 아니라 어른들인 우리가 무릎을 꿇고 앉아 반성하고 또 반성해야 할 뉘우침인 것이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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