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대학에서는 코시국에 2년6개월 동안 비대면 수업, 혹은 대면·비대면 혼합의 하이브리드 수업을 하고 새학기에 전면 대면 수업으로 전환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업을 하고 있다.
마스크는 얼굴의 절반 이상을 가리게 돼 언어뿐만 아니라 눈빛과 표정으로 할 수 있는 소통이 제한되고 단절된다.
그래서일까. 작년 대학생들 설문조사 결과 시간과 돈, 효율과 안전의 측면을 고려해 비대면 수업이 좋다는 답변이 69%에 달했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대면 수업 통보에 통학의 피로도와 대인관계의 두려움, 그리고 사적인 것에 익숙한 상황에서 공적인 것들을 마주해야 하는 낯섦에 힘들어하는 분위기다.
‘공적인(public)’이란 말은 ‘pubes(음모, 성숙)’라는 라틴어와 관련이 있다. ‘pubes’는 ‘puberty(사춘기)’의 어원이기도 한데, 공적인 삶은 어린이에서 어른으로 돼가면서 자신을 돌보고, 타인을 돌볼 준비가 된 사람이다. 반면 ‘사적인(private)’이라는 단어가 ‘privare’라는 라틴어에서 왔으며, 거기서 ‘박탈당한(deprived)’이란 단어가 파생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현대인이 그토록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사생활이 고대에서는 뭔가를 박탈당한 형태로 여겼다는 것이다.
현대인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과 만나고 익숙하고 편안한 장소에 가는 것을 선호한다. 똑같은 사람들, 편한 사람들만 계속 만나면서 동일한 경험과 태도와 생각을 주고받는 사생활의 영위처럼 사람을 멍청하게 만드는 일이 어디 있을까. 고대에는 완전히 사적인 사람을 그리스어로 ‘idiotes’-idiot(‘바보’의 어원)라고 하면서 어리석은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으로 여겼다고 하는데 호모 마스쿠스 시대에 사적인 것에만 몰두하는 어리석은 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민주주의를 뜻하는 데모크라시(Democracy)는, 데모스(Demos·다수, 시민)와 크라티아(Kratia·지배, 통치)로 이뤄진 단어다. 고대 그리스의 시민들은 광장에 모여 공적인 일에 참여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와 사안을 대화와 타협을 통해 결정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을 시민의 역할과 명예로 여겼다. 이는 현대적 의미의 민주 정치와 같은 맥락이다.
코로나 이후 호모 마스쿠스에게 주어진 과제 중 하나는 공공성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사람들, 낯선 사람들이 참여의 능력을 발휘해 서로 얼굴을 마주하며, 자유롭게 섞여 소통과 협업, 그리고 통합과 협치를 이뤄감이 필요하다.
삶과 종교에서도 공적인 것에 참여함으로써 성숙한 인간의 삶을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적극적인 참여로 대화와 소통, 결정과 실행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타자를 인정하면서 다양한 잠재성이 아름답게 꽃피우고 열매로 영그는 것을 축하하며, 참다운 삶과 종교로 거듭나야 한다.
양승준 세종대 대양휴머니티칼리지 초빙교수·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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