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아에 처해 있는 전 세계 인구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약 8억2천800만명에 달한다. 2020년과 비교하면 약 4천600만명이 증가한 수치로, 전 세계 인구의 약 9.8%가 기아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상황이다. 전 세계 기아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었지만, 2020년 이후 고조되고 있는 글로벌 식량위기로 인해 기아 인구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전 세계 식량가격의 동향을 알 수 있는 세계식량가격지수(FAO)를 살펴보면 2022년 3월의 가격지표가 전월대비 12.6% 상승하여 1990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들어 소폭의 하락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식량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글로벌 식량 위기는 국내에서도 큰 이슈가 되고 있는 환경문제를 비롯하여 다양한 국제적 문제들과 결부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기후변화 문제가 식량 가격급등의 구조적 압력을 가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전 세계는 가뭄, 홍수, 폭염 등 이상기후 현상이 증가해 농업 생산성에 차질을 줘 식량생산의 불확실성이 증가했다. 파키스탄은 최근 발생한 대홍수로 인해 국토의 1/3이 물에 잠기는 사상초유의 기후재난을 겪고 있다. 만성적인 식량위기 지역인 동아프리카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등에서는 4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발생하여 자국 내 식량 생산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도 전 세계 식량가격 상승의 기폭제로 작용했다. 지난 2020년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한 이후 국가 간 이동제한, 공급망 붕괴, 노동인력 부족 등으로 인해 곡물 생산에서부터 국가 간 운송에 이르는 제반 비용이 상승하여 식량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또 하나의 원인은 2022년 2월에 발생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 발발이다. 우크라이나는 밀, 옥수수 등을 대규모로 경작하며 연간 70억 달러 이상의 곡물을 수출하는 세계 6대 곡물 수출국이다. ‘유럽의 빵 바구니’로 불리며 식량공급에 있어 국제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그동안 우크라이나가 해왔지만, 전쟁으로 인해 곡물수출이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2015년 전 세계 유엔 회원국들이 모여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에 합의했다. 지속가능발전목표는 2016년부터 2030년까지 15년간 전 세계가 함께 추진해야 할 인류공동의 17개의 목표(Goals)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첫 번째 목표는 ‘모든 곳에서 모든 형태의 빈곤 종식’이며, 두 번째 목표는 인간에게 있어 가장 기초적이고 필요한 식량문제를 다룬 ‘기아 종식, 식량안보 달성, 개선된 영양상태의 달성과 지속가능한 농업 강화’의 내용을 담고 있다.
고조되고 있는 글로벌 식량위기 문제에 대해 전 세계가 인류애를 갖고 근본적인 원인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2030년까지 전 세계가 세운 ‘빈곤 종식’, ‘기아 해소’라는 인류공동의 목표는 헛구호에 그치고 말 것이다. 이는 어느 한두 국가의 노력이 아니라 전 세계가 함께 고민하고 행동해야 할 중차대한 문제다.
최성호 월드비전 경기남부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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