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이재명 “법 앞의 평등”‚ 그러더니 출두 거부

방탄국회·역공, 파행 시작
여, ‘총선 가면 국민 심판’
李, 출두가 방탄보다 낫다

적어도 대선 경쟁자는 건들지 않는 거였다. 대선 자금은 수사하지 않는 거였다. 이 성역을 무너뜨린 게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경쟁자였던 이회창의 대선 캠프를 뒤졌다. ‘차 떼기’를 찾아내 쑥밭을 만들었다. 이회창엔 전에 없던 정치 보복이었다. 권력을 놓친 대가로 겪는 희생이기도 했다. 최병렬 당 대표가 검찰총장에게 전쟁을 선포했다. 하지만 이회창의 검찰 출두는 불가피했다. 2003년 12월15일 출두했다. 검찰이 부르기도 전에 나갔다.

5년 뒤 노무현 사단이 몰락했다. 그들 스스로 폐족(廢族)임을 자인했다. 누구도 노무현을 지키지 못했다. 이명박 검찰의 칼질이 혹독했다. 확인 안 된 의혹이 거침 없이 뿌려졌다. 권양숙씨 ‘논두렁 시계’도 그렇게 등장했다. 만신창이가 된 그에게 출두 요청이 왔다. 정의를 위해 감옥도 갔던 변호사 노무현이다. 권력에 굴복하지 않던 정치인 노무현이다. 안 갈 거란 예상도 많았다. 하지만 그는 출석했다. 버스를 타고 상경해서 대검에 들어갔다.

그래서 1995년 11월1일이 역사다. 사상 최초의 전직 대통령 검찰 출두였다. 비자금 사건 피의자 노태우 전 대통령이었다. 그날 충격은 그 후 상식이 됐다. 전두환·노무현·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이 출두했다. 이제 놀랄 일도 아니었다. 박 전 대통령이 재임 중에 대면 조사 요구를 받았다. 서면으로 대체한다며 응하지 않았다. 그때 이런 목소리가 나왔다. “법 앞에 평등…체포영장 발부해 강제 수사해야 한다.” 결국 끌어내려졌고 출두했다.

그 목소리가 이재명 대표였다. 성남시장이던 그가 던진 사이다 발언이었다. 6년 만에 그 자신이 검찰 출두 논란에 섰다.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고발 사건이다. 대선 또는 국감에서의 거짓말-백현동 거짓말, 대장동 거짓말, 김문기 거짓말-이다. 검찰이 출두하라고 했는데 안 하겠다고 했다. 검찰과의 전쟁 선포가 나왔다. 의원 총회가 검찰을 규탄했다. 역공(逆攻)도 시작됐다. 당에서 대통령 부인 특검법을 꺼냈다. 윤석열 대통령도 고발했다.

아침에 들은 여의도 정가 신조어가 있다. ‘재명불사’, ‘이재명은 죽지 않는다’는 말이다. 역경을 이겨낸 인생을 평한 말일 게다. 실제로 그는 그랬다. 위기마다 정면 승부했다. 공격으로 방어를 대신했다. 매번 성공했고 지금까지 왔다. 이번에도 그렇게 갈 듯하다. 검찰 수사를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있다. 자신을 권력 검찰에 의한 희생양으로 상정하고 있다. 여론을 통한 대반격의 판을 기획하고 있다. 검찰 불출석 의지도 바뀔 것 같지 않다.

상대방들도 이걸 잘 알고 있다. 우연히 국민의힘 측에서 들은 ‘작전’이다. -공소시효 임박한 사건부터 풀 것이다. 법카 사건 등 선거법 사건이 먼저다. 다음으로 변호사비 대납 사건이다. 성남 FC 사건, 백현동 특혜 사건이 이어질 것이다. 대장동은 아직 어찌 될지 모르겠다. 그때마다 야당은 이재명 방탄국회를 열 것이다. 버티는 거대 야당 모습에 국민이 분노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시간적으로 총선이다. 그러면 우리가 압승하지 않겠나-.

들은 건 8월10일 저녁이었다. 어떤 수사도 안 떠 올랐을 때다. 윤석열 지지율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근거 없는 소설(?)처럼 들렸다. 그래도 국민의힘·대통령실에 귀동냥 좀 할 법한 인사의 얘기였다. 일단 기억엔 담아 뒀다.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가고 있다. 말대로 첫 사건은 선거법이었다. 이재명 대표에 검찰 출두가 통보됐다. 이 대표 측 반응도 그의 말대로다. 불출석을 선언했다. 민주당 전체가 방탄국회에 돌입했다. 계산들 참 잘한다.

그러든 말든, 정치 셈법엔 관심 없다. ‘이재명-검찰’ 승부에도 관심 없다. 그저, 주변 상식을 옮길 뿐이다. 국민은 출두하라면 출두한다. 그게 국민 일반의 상식이다. ‘내가 누군데’ ‘감히 나를’…. 1995년 11월1일(노태우)에 확 사라진 의식이다. 여론전? 거기 대단한 기술이 있지 않다. 여론의 끝도 결국엔 상식이다. 법치의 상식은 법 앞에 평등이다. 하필 이 말로 유명해진 이 대표다. 출두했어야 했다. 방탄보다 그게 옳은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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