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허정예
올 추석에도
엄마 혼자만 바쁘다
내가 좋아하는
깨송편 찜통에서 익어가고
고소한 기름 냄새 침이 꼴깍
게임하다 보면
어느새 아파트 지붕에 떠오른
둥근달
환하게 웃고 있다
할머니도 벽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환한 둥근달처럼… 엄마의 얼굴도 밝았으면
엄마는 잠시도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는 존재였다. 예전엔 그랬다. 밥하고 빨래하고, 여기에다 청소까지. 하루 종일 종종걸음으로 집안을 누볐다. 어디 그뿐인가. 명절엔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랐다. 이것 해놓으면 저것이 기다리고, 저것 해놓으면 어느새 식사 때가 되고. 오죽했으면 호랑이더러 명절 좀 깨물어가라는 말이 다 나왔을까. 이 동시는 추석 준비에 한창 바쁜 엄마를, 아파트 지붕에 떠오른 둥근달을 그리고 벽사진 속의 웃는 할머니를 하나로 연결하는 재미난 작품이다.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소박하다. 무엇보다도 둥근달을 내세워 추석의 의미를 되새겨주고 있다. 세상을 환하게 밝혀주는 둥근달! 그 달은 어느 한 집 위에만 뜨는 게 아니다. 돌이네 집에도 뜨고, 순이네 집에도 뜨고, 억수네 집에도 뜬다. 달은 한 개지만 세상의 달은 수천, 수만 개인 것이다. 그 많은 달은 각자의 사연을 담고 있을 것이다. 명절이 되어도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명절이 오히려 슬픈 날이 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할머니도 벽사진 속에서/환하게 웃고 있다.’ 시인의 이 구절은 세상의 모든 가정에 평화와 안식, 희망이 고루 내려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기도로 보였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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