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몰래 들이던 아이가 어른이 되어도

눈치 빤한 첫째 친정에 맡기고

아이는 둘인 척

문간방 이사하던 날 찬바람 잦아

들었다

 

석 달 뒤 첫째 등 뒤로 숨겨 슬그머니 들이며

회심의 미소를 머금었으나

집 주인 알면서 모른 척 눈 감아준 걸

그 해가 다 가서야 알게 되었다

 

아이들은 자라 어른이 되고

열기구를 타고 하늘로 오른 집은

아예 현관 손잡이 안으로 바꾸어 달고

고공 놀이에 취해 비틀거린다

 

코인 시장에 뛰어들어

미친 듯 광맥을 파 뒤집어 봐도

사계절 내내 눈이 내리고 출구는 

빙판이다

 

공연한 심사로 걷어찬 개미집

식솔들 쏟아져 나와 떼로 덤빈다

개미는 집도 잘 짓고

새끼도 많이 낳아 잘도 기르는데

 

개미보다 더 휘어져가는 허리

대출 통장만 새끼를 키운다

등뒤로 아이 하나 감추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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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스텔라

<문파문학>으로 등단.

한국경기시인협회·

국제PEN한국본부·

한국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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