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조국·추미애·한동훈-사건 당사자 법무장관

부인·아들·본인이 사건 당사자
韓 ‘피해자 강조’도 불공정 요소
불신 국회 충돌에 국민만 피곤

국민이 피곤했던 ‘조국의 시간’이었다. 그 시작은 기소(起訴)였다. 장관 지명 때부터 의혹이 많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수사에 착수했다. 부인 정경심 교수를 전격 기소했다. 이어 조 장관도 기소됐다. 자녀 부정 입학과 관련된 혐의였다. 법정에 서야 할 피고인 장관이었다. 나라가 조국 사퇴와 조국 수호로 쪼개졌다. 서초동·광화문에선 100만 경쟁이 붙었다. 결국 여론은 피고인 장관을 밀어냈다. ‘사건 당사자 법무장관’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었다.

그에 못지 않았던 ‘추미애의 시간’이다. 이번엔 검찰수사가 시작이었다. 아들의 군 시절 휴가 미복귀 논란이었다. 추 장관의 관여 의혹도 불거졌다. 수사는 서울동부지검에서 진행됐다. 수사하던 부장검사가 좌천됐다. 추 장관의 부적격 지적이 계속 나왔다. 추 장관은 이런 야당에 독설로 맞섰다. 팔짱 논란, 소설 논란이 그때 생겼다. 검찰은 장관파와 총장파로 갈라졌다. 결국 장관이 밀려났다. ‘사건 관계자 법무장관’을 거부한 또 한 번의 여론이었다.

여기서 사법부의 제도 하나를 살펴보자. 법관 회피(回避)제도다. 법관이 사건 당사자와 관계가 있을 경우 스스로 재판을 피한다. 이때 ‘사건 당사자와의 관계’는 넓게 해석된다. 친척은 물론이고 단순한 지인까지 포함된다. ‘관계 당사자’의 지위도 가해자·피해자를 불문한다. ‘불공정 우려’가 있어서가 아니다. ‘불공정으로 보일 우려’가 있어서다. 재판이 불신 받을 어떤 요소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이런 노력들이 모여 사법부 신뢰는 지탱된다.

한 나라의 법무장관이다. 검찰 조직을 지휘한다. 검사 개개인에 대한 인사권을 갖는다. 공정이 생명이다. 법관의 그것에 비해 결코 가볍지 않다. ‘장관 회피 제도’는 없지만 그 정도 수준의 의지가 필요하다. 정경심 교수가 피고인이다. 그 남편이 현직 법무장관이다. 공정하다 보여질 수 없다. 서모씨가 검찰 사건의 피의자다. 그 모친이 현직 법무장관이다. 공정하다 보여질 수 없다. ‘조국·추미애 시간’의 혼란은 바로 여기서 비롯됐다.

이제 ‘한동훈의 시간’이다. 그런데 국민이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법사위가 연일 전쟁터다. 그중에 22일 장면만 보자. 한동훈 장관과 최강욱 의원이 붙었다. “그냥 말씀하세요”(한). “질문을 했으니까 답 해”(최). “제가 위원님처럼 반말하진 않았죠”(한). “그 따위 태도를 보이면”(최). 인터넷에 수없이 돌고 있다. ‘한동훈 이겼다’, ‘최강욱 이겼다’. 댓글이 저마다다. 대체로 한 장관이 우세하다. 보수에서는 특히 그렇다. 차기 대권 1위 조사 결과도 있다.

그런데 살펴야 할 부분이 있다. 그날 다툼의 한 대목이다. “한동훈 장관과 저는, 우리가 검사와 피의자로 만난 적이 있는가”(최). “제가 지휘한 사건으로 기소되셨다. 그리고 제가 피해자고”(한). “한동훈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고... 본인은 피해자라고 주장하지만...”(최). “기소되셨잖아요”(한). 한 장관 스스로 피해자라고 밝히고 있다. 사건의 ‘당사자 장관’임을 밝히고 있다. 둘의 싸움이 사실상 가해자와 피해자의 감정충돌이었던 셈이다.

더 직접적인 당사자 사건도 있다. ‘노무현재단 계좌 추적’ 사건이다. 유시민이 폭로했다가 뒤늦게 사과했다. 1심 유죄, 항소심 중이다. 방송에서 이걸 말한 황희석 전 열린민주당 최고위원도 수사 받고 있다. 경찰이 송치해 검찰이 수사할 판이다. 두 사건 모두 한동훈 장관이 직접 고소인이다. 선처 탄원, 고소 취하 얘기도 없다. ‘엄벌에 처해달라’는 취지를 유지하고 있다. 서슬퍼런 현직 법무장관의 뜻이다. 이걸 국민이 공정하다고 봐 주겠나.

한동훈식 언행이 계속 논란이다. 언론은 이를 ‘반문성 발언’이라고 표현한다. 반박하고, 따지고, 면박 주고.... 그러다가 또 충돌하고, 또 싸우고.... 바로 그 언행의 뒤에서 어른거리는 인식을 본다. ‘사건 당사자 장관’이라서 갖게 되는 감정이다. ‘나는 피해자, 당신은 가해자다. 그러니 당신을 의원으로 대우하지 않겠다.’ 아닌가. 훤히 보이는데. 국민 불편하기가 ‘조국·추미애 시간’과 다르지 않다. 너무 피곤하다. 법무장관 복도 더럽게 없는 나라다.

主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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