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백령도 꽃게 풍어 희소식...중국어선이 걱정이

서해 최북단 백령도가 꽃게 풍어 바람에 들썩인다고 한다. 백령도에서는 이미 지난 4~6월 봄 어기 때 일찌기 없던 꽃게 풍어를 맛본 터이다. 그래서 봄보다 어장이 더 풍성해지는 이번 가을 어기에 사상 최대의 꽃게 풍어를 예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폭염과 폭우 속에 물가는 치솟고... 어디 하나 시원한 소식이라고는 없는 요즘이다. 가뭄 끝에 비 오듯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도 온난화 탓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풍어나 풍년 소식은 듣기만 해도 배 부르다지 않는가.

예로부터 백령도는 주어종이 까나리였다. 꽃게라면 단연 연평도였다. 그런데도 지난 봄 백령도에서 꽃게가 쏟아진 것이다. 마치 강원도 앞바다에 대방어가, 서해에 오징어가 몰려드는 격이다. 백령도 어민들은 지난 봄 어기에 어선들마다 하루 200㎏ 정도의 꽃게를 잡아 올렸다. “여지껏 백령도에서 배를 하면서 올해처럼 꽃게가 많이 잡힌 적은 없었다.” 한껏 고무된 어민들의 술회에서도 요즘 백령도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례적인 백령도 꽃게 풍어에 대해 꽃게 종자 방류의 효과라는 분석도 있다. 수온 상승으로 꽃게 어장이 북상한 때문이라고도 한다. 백령도 일대의 꽃게 풍어는 전국 최대 꽃게 어장인 연평도 앞바다에서도 읽힌다. 올 봄 연평도 꽃게 어장에서는 지난해 봄보다 2배 가까운 431t이나 잡혔다. 연평도 꽃게 어획량은 2010년 이후 줄곧 줄어들다가 2019년부터 가파르게 느는 추세다.

꽃게는 한 해 두 번 제철을 맞는다. 봄에는 산란을 앞둔 암꽃게가, 가을에는 한껏 살을 찌운 수꽃게가 상품성이 높고 맛도 좋다. 가을 꽃게 어기는 다음 달 1일부터 시작된다. 요즘 백령도 어민들은 점심도 거른 채 꽃게잡이 출어 준비에 바쁘다. 꽃게잡이 배도 계속 늘고 있다고 한다. 다른 조업을 하던 배도 꽃게잡이에 나서서다. 어민들은 이번 가을에 1척당 하루 500㎏까지 꽃게를 건져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데도 서해5도 어장에는 고질적인 걱정거리가 있다. 중국어선들의 불법어로다. 소문을 들었는지 벌써부터 떼로 몰려든다고 한다. 지난 주말 본보의 백령도 현지르포팀의 카메라 앵글에도 선명히 잡혔다. 백령도의 대표 관광지인 두무진 바로 앞바다까지 다가온 중국어선들이다. 촘촘한 그물로 새끼 꽃게까지 싹쓸이를 해가니 이 곳 어민들은 속이 터진다. 해경도 고충이 없지 않겠지만 더 당당하게 대처해야 한다. 대(對) 중국 저자세나 눈치보기로 꽃게조차 지키지 못해서야 어민들에게 낯을 들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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