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거미의 인사

거미의 인사

                                     이성자

 

베란다 구석에 지어 놓은

거미집 보았어

 

날름 없애 버리기 미안해서

들고 있던 빗자루

슬며시 내려놓았지

 

웅크리고 있던 거미

금세 다리 쭉 펴더니

엉덩이에서 뿜어낸 줄을 타고

내려왔다가

올라갔다가

 

고맙다고

인사하는 것 같았어.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소중한 생명들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 인간만 사는 게 아니라 갖가지 생명체들과 어울려 산다. 거미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어느 집이고 좀 오래 산 집엔 거미줄 한둘 쯤 걸려 있게 마련이다. 시인의 베란다 구석에도 거미줄이 있는 모양이다. 이를 본 시인이 철거 대신 문학을 생산했다. ‘날름 없애 버리기 미안해서/들고 있던 빗자루/슬며시 내려놓았지’. 이런 마음이 곧 동심이다. 하찮은 생명체 하나라도 무시하지 않는 마음, 서로의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는 상생의 기쁨.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엉덩이에서 뿜어낸 줄을 타고/내려왔다가/올라갔다가’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거미. 물론 이는 시인의 느낌이지만, 그 느낌이 문학이 되는 게 아닌가. 요즘엔 학교에서도 여름방학 숙제로 곤충채집을 안 내주는 걸로 안다.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어릴 적에 난 곤충채집 숙제가 가장 싫었다. 곤충을 잡는 일도 두려웠지만 그 파닥이는 생명체를 상자 바닥에 핀으로 꽂는 일은 소름 돋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오죽했으면 사촌형의 손을 빌려 숙제를 해갔을까. 이 동시를 본 순간 떠오른 어두운 추억 중 하나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뭇 생명들이 건재할 때 우리도 함께 건강하다는 사실을 깨우쳐주는 작품이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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