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불안 더 극대화시켜...기분 장애 겪고 있을수록 음주습관에 더욱 주의해야
술은 우울과 불안 증세를 악화시킬 뿐 치료제나 피난처가 절대 될 수 없다. 기분장애를 겪고 있을수록 음주 습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발표한 ‘2015~2021 심리부검 면담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7년간 자살 사망자 801명 중 32%가 사망 당시 음주 상태였고 19.9%는 파악이 안되기 때문에 음주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코올 사용 장애 환자 대다수가 알코올 사용 장애와 같은 ‘물질 사용 장애’와 우울, 불안, 강박 장애 등 ‘정신 건강 문제’를 동시에 가진 ‘이중 진단’으로 분류된다. 기분장애를 겪는 환자들은 힘들고 버거운 감정을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대신 다른 물질이나 관계, 특히 알코올 뒤로 숨게 되는 경우가 흔한데 알코올이 자극하는 신경전달물질이 감정을 왜곡하면서 스트레스를 완화시킨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기분장애와 알코올 사용 장애의 상관관계는 오래전부터 주의를 기울여야 할 문제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예상치 못하게 경제적 문제에 직면하거나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서 기분장애와 알코올 문제를 동시에 겪거나 급격하게 악화되는 경우가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몇 년 간 자살사고 유가족을 대상으로 한 심리부검에서도 사망자가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사업 난 심화, 부채 규모 증가로 인해 스트레스가 커지면서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거나 오래전부터 도박과 알코올로 인한 빚 문제로 가족 갈등을 겪고 있던 중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경제적 문제로 다시 도박 및 음주 사용이 증가하면서 가족관계가 악화된 사례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많은 환자들이 우울이나 불안으로부터 오는 슬픔과 무기력함, 외로움, 자살 충동 등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술을 마신다고 한다. 일시적으로는 술이 이러한 증상을 완화시켜주고 자신감을 주는 것 같이 느껴지지만 술은 우울이나 불안 장애로 인해 겪게 되는 부정적인 감정을 더 극대화하거나 술로 인해 겪게 되는 갈등과 경제적인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더욱 높은 불안의 상황을 직면하게 할 뿐이다.
또한 알코올을 섭취하면 혈액 내 행복호르몬으로 알려진 세로토닌의 농도가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우울증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이미 세로토닌 농도가 낮아진 상태라면 알코올 섭취로 인한 세로토닌 기능 저하는 우울감을 키울 뿐인 것이다. 우울하다는 이유로 술을 습관적으로 마시고 있다면 술은 절대 우울·불안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의 도피처나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명심하고 술로 도망치며 상황을 회피하기보다는 술로 인해 망가진 몸 뿐 아니라 마음을 건강하게 돌보는 것에 집중하고 치료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보라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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