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괜찮은 징조

푹푹 찌는 팔월에 비가 삼 일 밤낮으로 퍼붓다가

먹구름이 갈라져 햇빛 내리면 매미 울기 시작하고

이름 모를 풀벌레 소리에 이끌려온 새들이 보이고

눅눅한 빨래를 햇볕에 널어두는 손들이 거룩하고

텃밭에서 상추와 쑥갓과 풋고추 따 밥상 풍성하고

당신은 바뀌는 괜찮은 징조의 풍경들을 묘사하고

묘사된 시를 읽으며 이 보물 같은 서정을 저장하고

시의 내용 이해했어도 간직하지 않으면 가치 없고

그것은 이 영원의 빛을 잘못 이해된 흔적일 뿐이고

그때 햇빛 속에서 새들과 매미가 내게 노래해주자

마치 물속으로 무거운 불행이 가라앉듯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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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2017년 계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달보드레 나르샤’, ‘옳지’, ‘봄’, ‘붉은 수염의 침대에서 자다’. 아라작품상, 리토피아문학상 수상. 막비시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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