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세계화의 종언?

image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세계화만큼 나라와 시대, 그리고 개인에 따라 애증이 엇갈리는 현상도 흔치 않을 것이다. 필자의 기억으로 세계화라는 용어가 우리나라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가 아닌가 한다. 하지만 세계화는 그보다 역사가 훨씬 오래된 현상이다. 학자에 따라 세계화의 시초를 달리 잡지만 가장 널리 사용되는 기준은 세계화가 19세기 중후반부터 시작된 것으로 본다. 이 시기에 증기선이 보급돼 운송비가 낮아지고 통신이 발달하면서 국제무역이 크게 확대됐다. 19세기 후반에서 1차 세계대전 직전에 이르는 이 기간의 세계화를 흔히 1차 세계화라고 부른다. 그 뒤 1차 세계대전에서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에 이르는 30여년간은 전쟁과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으로 세계화가 크게 후퇴한 시기였다. 그러다가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 주도로 브레튼우즈 체제가 성립하면서 세계화는 다시 시작됐다. 이때부터 현재에 이르는 기간을 2차 세계화라고 부른다. 세계화의 지표로 흔히 세계 총생산 대비 국제무역의 비율을 사용하는데, 2차 세계화하에서 이 비율은 1차 세계화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특히 2차 세계화는 1990년경 이후 중국과 인도, 동구권도 세계화에 참여하면서 용어의 의미에 진정 걸맞은 세계화가 진행된 시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2차 세계화도 금융위기 이후에는 동력을 잃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계 총생산 대비 국제무역의 비율은 금융위기 이후에는 더 이상 상승 추이를 보이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위기 직전에 비해 소폭 낮아진 상황이다. 이 같은 변화는 무엇보다 기존 세계화 주도국의 이해관계와 인식의 변화에 따른 것이다. 금융위기 이전만 해도 세계화의 적극적 주창자는 미국과 서구 선진국이었지만, 금융위기 이후 이들은 세계화에 소극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 선진국에서 세계화가 저가 제품 수입의 급증을 통해 일자리 감소와 임금 부진을 초래했다는 부정적 여론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미국과 중국 간 헤게모니 분쟁이 진행되면서 미국은 세계화가 중국의 부상에 크게 기여했다는 인식하에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통해 블록화된 국제경제 관계로 전환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도 이에 대응해 자국경제의 대외의존을 줄이고 자립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경제구조를 변화시키려 하고 있다. 세계경제의 양대국이 서로 관계를 단절하고 적대적인 방향으로 치닫는다면 세계화는 후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세계화가 가져온 성과에 대해서는 평가와 애증이 엇갈리지만 2차 세계화가 저소득국가의 경제성장 기회를 넓혀줌으로써 빈곤 퇴치에 기여한 부분은 부인할 수 없다. 세계은행 자료에 의하면 세계화가 크게 확대된 지난 40년간 세계인구 중 극빈층의 비율은 42%에서 9%로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는 이제 저소득국은 아니지만 2차 세계화라는 우호적 환경 속에서 수출주도형 전략을 통해 성장해온 대표적 수혜자이고, 자원빈국이라는 특성상 앞으로도 무역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나라다.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국가 간의 자유로운 무역과 교류라는 이념과 그것을 위한 제도는 소중한 세계 공공재다.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과 더불어 이 공공재를 지켜나갈 필요가 있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