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어둠 속에서 어디든 발을 내디뎌야 하는 사람들의 기구한 사연이 맴돌고 있다. 지난달 20일 출간된 윤찬모의 장편소설 '어두울 수 없는 밤'(청어刊)에는 과거를 마주하고 기억하는 방식에 관한 저자의 고민이 서려 있다. 과거를 인식하는 방법은 같은 사건을 어떤 각도에서 바라보고, 사건을 어떤 단면으로 재단하는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와 광복 이후 전란에 이르는 과정, 과거를 돌아보는 전후세대의 모습을 묶어 3부로 구성된 이 책의 인물들은 각자의 삶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수용하거나 부딪쳐 저항한다. 우리는 그들이 과연 올바른 기준으로 판단했는지, 최선의 선택지를 저버리지는 않았는지 암울한 시대상을 렌즈 삼아 다양한 사연을 살펴볼 수 있다.
저자 윤찬모는 양평군 출생으로 2009년 월간 문학저널’ 단편 '잠을 먹는 꿈이'로 등단했다. 단편집 '잠을 먹는 꿈이'와 장편 '여울넘이', '구름 속에 잠수함', '조선의 발바닥'(2016년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별종소리', '어두울 수 없는 밤' 등을 발표했으며 양평군 양강(楊江)의 향토사록 '양강유록'을 편술했다. '별종소리'로는 제39회 일붕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자는 책이 시작하는 곳에 지나간 역사를 살피는 일에 대한 생각을 풀어 놓았다. “궁금증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다. 까마득한 거울의 뒷면이 암담하여 자신의 미래를 훔쳐보자는 일도 아니다. 의문을 기어이 풀어보려는 뜻은 과거의 사건, 사실이 앞으로도 영원히 기억되어야 할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형 소설은 지나간 사실을 복원하는 게 아니고 그 당시의 분위기로 흘러간 영혼들이 가졌던 의지와 그 시대에 흐르고 있었던 생존방법을 되찾아 이해해 내는 일이다.”
송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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