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에서 작업을 하다 감전사고로 근로자 한 명이 사망하는 등 8일 오후 경인지역을 중심으로 쏟아진 폭우에 곳곳에서 크고 작은 피해가 잇따랐다.
이날 오후 12시30분께 경인국철 동인천역 남측 일대. 시간 당 80㎜에 달하는 폭우가 내리자 불과 30분 만에 도로는 성인 무릎 높이까지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상가에서 장사를 하던 상인들은 밖으로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다. 옷 가게를 운영하는 김영희씨(71·여)는 “창고에 있는 옷까지 합치면 400만~500만원은 되는데 앞으로 장사는 망했다”며 눈물을 훔쳤다.
경인국철 제물포역 일대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쏟아진 폭우로 도로는 물바다가 됐고 갑자기 들이닥친 흙탕물은 속절없이 가게 안까지 흘러 들어왔다. 이곳에서 20년째 가게를 운영하는 최순희씨(73·여)는 “쓰레기가 가득 찬 배수구 때문에 물이 제대로 빠지지 못해 가판대로 구정물이 순식간에 들이 닥쳤는데, 현장에 나온 동사무소 직원은 모아 놓은 쓰레기만 치우고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이날 오후 1시1분께 인천 미추홀구 주안역에선 도화역 구간 하행선 2개 선로가 빗물에 침수돼 열차 운행이 20분 가까이 지연되기도 했다. 코레일은 오후 1시19분께 선로 주변에 차올랐던 빗물이 빠지고 나서야 운행을 정상화했다.
경기지역도 폭우 피해가 속출했는데,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소방 당국에 접수된 도내 풍수해 재난처리 건수(오후 5시 기준)는 총 98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인명구조 4건, 배수지원 26건, 안전조치 68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낮 12시2분께 시흥시 신천동의 한 오피스텔 신축 공사 현장에선 중국 국적 50대 A씨가 빗속에서 전기 그라인더로 철근 절단 작업을 하다 감전돼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출동한 소방대원들에 의해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에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앞서 오전 10시30분께 연천군 와초리~신서교차로 사이 3번 국도에선 도로가 빗물에 잠기고 그 위에 유실된 흙이 쏟아져 도로가 통제되기도 했다. 또 이날 오후 1시31분께 부천시 내동에선 병원 건물 지하 1~2층이 침수돼 전기 공급이 끊겨 환자와 의료진 340여명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이날 기상청에 따르면 오후 5시 기준 경인지역 강수량은 연천 174㎜, 포천 142㎜, 가평 121.5㎜, 양주 114.5㎜, 인천 87.9㎜ 등으로 집계됐다.
한편 경기도는 호우경보 발효 지역이 확대됨에 따라 이날 오후 3시부터 재난안전대책본부 운영을 비상 2단계 체제로 격상했다. 경기도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부터 도내 시군에 호우특보가 내려져 오후 4시40분 기준 성남·하남 등 24개 시군에 호우경보, 수원·오산 등 7개 시군에 호우주의보가 발효된 상태다.
이민수·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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