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영우와 ENA 그리고 박찬호와 i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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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구 한국경영문화연구원 이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가 장안의 화제다. 독특한 캐릭터와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 촘촘한 스토리 라인과 회차마다 다른 에피소드를 다루는 단막극 형식 등이 성공의 비결로 꼽힌다. 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건 과감한 투자다. 우영우를 만든 에이 스토리는 모두 200억원의 제작비를 들였다고 밝혔다. 홍보 마케팅비를 제외한 순수 제작비만 그렇다고 한다. 이는 방송사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은 결과다. 우영우를 방영한 ENA는 출범한 지 3개월밖에 안 되는 신생 방송사다. 사명은 엔터테인먼트와 DNA의 합성어다. 그 이름값을 하기 위해 우영우에 사운을 건 셈이었다. 전략은 대성공이었다.

그들의 성공스토리는 30여년 전 인천방송(iTV)과 박찬호를 떠올리게 한다. 인천방송은 1997년 출범한 제4의 지상파 방송사였다. iTV는 출범 초기 취약한 인지도를 극복하기 위해 박찬호라는 빅카드를 뽑아 들었다. 거액을 들여 KBS나 MBC도 포기한 메이저리그의 박찬호 선발경기 중계권을 따낸 거다. 중계방송은 기대 이상의 대성공을 거두었다. 전파송출권역이 인천과 서부 수도권에 국한돼 있어 불법 복제 영상들이 난무하는 사태까지 있었다. 게다가 당시는 IMF 구제금융의 모진 시련을 겪던 때였다. 국민들은 iTV를 통해 박찬호의 힘찬 투구 장면을 보며 위안을 받았고 재기의 의지를 다졌다. iTV는 희망의 메신저였다.

박찬호는 최고의 콘텐츠가 성공을 이끈다는 진리를 정립시켰고, 우영우의 성공은 그걸 새삼 일깨워준 사례라 할 수 있다. 관건은 그 이후의 대처 전략이다. 지금 업계는 우영우 이후 ENA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당장의 성공보다는 그것의 여파를 계승 발전시킬 수 있는 전략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iTV는 철저하게 실패한 사례로 남았다. iTV는 박찬호 이후 콘텐츠 부재, 노사 간 극한 대립, 정치권의 개입 등으로 경영 악화를 거듭하다가 결국 2004년 문을 닫았다. 2006년 ‘영인모자’가 방송부문을 인수해 OBS로 사명을 바꾸고 새롭게 출발했지만 아직까지 존재감은 미미한 실정이다.

민선 8기 유정복 시장은 ‘인천방송 개국’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300만 인구의 메트로폴리탄 인천의 방송주권 실현을 위해서는 반드시 실현돼야 할 약속이다. 그를 위한 여러 방안이 있겠지만 현재로선 OBS와의 협업이 가장 현실성 있어 보인다. OBS를 다시 제2의 iTV로 만드는 것이다. 그 첫 번째 단계는 OBS 본사의 인천 이전이다. 시는 이미 건물도 마련했고 별도 지원대책도 세워 놓았다. 하지만 세부조건에 이견이 있어 방송사가 수 년째 이전을 망설인다는 후문이다. 공격적인 투자가 관건인 방송사가 이사비용 따위로 이전을 주저하는 모습은 다소 실망스럽다. 그래도 누가 뭐라든 OBS의 고향은 인천이다. 인천을 위해 거듭나는 건 그들의 사명이나 다름없다. 하루속히 협의가 마무리되길, 그래서 둘이 힘을 합쳐 인천의 명예를 드높이는 한 길을 함께 갈 수 있기 바란다. 인천시민들은 여전히 iTV와 박찬호가 그립다.

이상구 한국경영문화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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