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서울 고교 배정은 차단... 대중교통 개선도 '미지수'
“아이 키우려면 고양시로 가라.” 서울 서북부를 생활권으로 하는 신혼부부들이라면 한번쯤은 듣는 얘기다. 거주나 주차공간, 도로나 교육환경, 주변 편의시설이나 인프라 등을 고려할 때 아이를 키우며 생활하기에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는 제안이다.
그리고 최근 이런 말들이 다시 들려온다. 향동지구를 필두로 3기 신도시 창릉까지 새로운 주거지구가 대거 들어서며 다시금 조명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처럼 고양시가 아이 키우기 좋은 지역일까? ‘교육’적 측면에서 고양 신시가지들의 여건을 살펴봤다.
그 첫 방문지는 7월부터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되는 덕은지구다.
손 놓은 교육청, 서울서부 “우리도 과밀” vs 경기북부 “대중교통으로 해결해야”
덕은지구는 ‘로또청약’ 지역으로 꼽히는 곳 중 하나다. 한강 조망권에 푸른 수목이 곳곳에 자리한 숲세권이면서, 서울시와 가장 가까운 고양특례시라는 지리적 요건을 갖췄다. 지역번호조차 서울과 같은 ‘02’번을 쓴다. 편도 4차선 도로를 건너면 서울 상암동이, 다리를 건너면 마곡지구가 지척이다. 한창 개발 중인 DMC역 복합쇼핑몰에 지하철역 신설 등 주변환경도 우수하다. 당첨만 되면 앉은 자리에서 2~3배 집값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투자가 아닌 실거주 목적에서, 더구나 고등학생이거나 진학을 앞둔 자녀가 있다면 그리 좋은 환경은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가장 가까운 고등학교는 서울 상암고등학교다. 7월 입주를 시작하는 DMC디에트르한강 아파트에서 2.2㎞ 떨어져있다. 위험을 크게 무릅쓰지 않아도 도보로 30여분이면 갈 수 있다, 차로는 5분이면 간다. 그렇지만 정작 학생들을 보낼 수는 없다. 서울서부교육청에서 타 지역에서의 학생 유입을 원천적으로 막았기 때문이다.
결국 덕은지구로 이사 온 고등학생들이 배정받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고등학교는 새롭게 조성된 향동지구에 위치한 향동고등학교다. 아파트에서는 약 4㎞ 떨어져 있으며 도보로는 1시간 10분가량이 소요된다. 가장 큰 문제는 덕은지구와 향동지구를 ‘철로’가 가로막고 있기에 이를 넘나들 수 있는 다리가 교통량이 많은 수색교 밖에는 없어 통학길이 위험하다는 점이다. 이에 고양교육지원청 등으로 통학로 관련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덕은지구 입주예정자 협의회는 최근까지도 시장후보나 지역시의원 등을 만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섬처럼 외딴 덕은지구 내에 고등학교를 설립하거나, 통학로의 위험성을 줄이기 위한 대중교통 수단을 마련해달라는 등의 내용이다. 그렇지만 돌아온 답변들은 모두 ‘쉽지 않다’였다. 당장 경기북부교육청과 고양교육지청은 “고등학교 건립부지도 없지만, 덕은지구의 세대수 및 학생수가 적어 고등학교 설립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며 ‘설립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경기북부교육청 관계자는 “고양시의 경우 하나의 학군으로 묶인 평준화지역인데 반해 신시가지가 계속 생겨나고 구시가지는 학령인구가 줄어 특정 지역은 학생이 과밀한데 다른 지역은 학생이 없어 폐교를 고민해야하는 학교도 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학교 신설도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아져 학생들의 통학여건이 나빠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대중교통수단의 개선을 통한 문제해결이 거의 유일한 해법이라고 고민을 털어놨다.
대중교통 협의도 ‘난항’… 고양 “마을버스 무정차라도” vs 서울 “간선버스가 원칙”
대중교통으로의 통학도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고양시 버스노선과는 고양교육지청의 협조요청에 따라 서울시와 대중교통 개선협의에 나섰다. 고양특례시가 제시한 방안은 크게 2가지다. 화전역과 한국항공대학교에서 덕은지구를 돌아 수색교에서 향동고등학교에 정차하는 마을버스 노선을 신설하거나, 기존 마을버스 노선을 일부 수정해 아이들이 통학노선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두 방안 모두 수용하지 않았다.
이에 고양특례시가 ‘무정차’를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서울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지역간 이동은 간선버스로 정해야한다는 원칙에 따라 마을버스 노선이 서울을 경유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울지역을 거쳐 가려면 ‘간선버스’ 노선을 만들거나, 서울을 거치지 않고 철길을 넘을 수 있는 방법이나 노선을 강구하라는 얘기다.
반면 고양특례시는 “덕은지구와 향동지구 사이에는 대덕산이 막고 있어 길을 만들 수도 없고, 우회를 하려면 항공대학교로 이어진 좁은 외길을 돌아갈 수 밖에 없다”며 “마을버스조차 수익이 안 나지만 시 예산으로 사업비의 80%가량 지원할 수 있어 고려할 수 있지만, 간선버스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하려는 사업자도 없을 것”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학생들의 통학을 생각하면 서울시나 서울서부교육청이 전향적으로 마을버스나 학생의 유입을 허용해야하지만 그들도 나름의 고충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여러 대안을 가지고 좀 더 협의를 해보겠다. 학부모들도 이해와 협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그 일환으로 고양시는 서울시가 마을버스의 상암지역 경유를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의 대안으로 △셔틀버스나 △통학용 마을버스 운용을 제안하기도 했다.
학교장이 결단을 내려 덕은지구 학생들을 위해 덕은지구와 학교를 오가는 셔틀버스를 운영하거나, 덕은지구 학부모들이 모여 마을버스 사업자와 직접 계약해 통학용 마을버스를 운용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안전하고 빠른 통학, 원하는 지역으로의 하차도 가능해지는 장점이 있다. 다만 비용은 학교나 학부모들이 부담해야 하는 만큼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고양=오준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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