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과연, 지방의회 30년은 발전해 왔는가

‘1991 첫 의회’ 부족해도 성실
탐욕·탈법 오만의 ‘2022 의회’
혈세 먹는 유급제 의회의 퇴행

많은 이들이 1991년 지방의회를 무시했다. 그렇게 본 조건들이 있었다. 대체로 ‘학력’이 낮았다. ‘질의도 못하는 의회’라고 무시했다. 대체로 ‘직업’이 초라했다. ‘전문성이 없는 의회’라고 무시했다. 대체로 ‘나이’가 많았다. ‘양로원 같은 의회’라고 무시했다. 대체로 ‘재력가’가 많았다. ‘부자만 모인 의회’라고 무시했다. 30년 만에 부활된 풀뿌리 자치였다. 본격적인 지방자치를 연 첫 의회였다. 그런 1991년 의회에 내린 평이 이토록 굴욕이었다.

그랬던 의회가 갑자기 달라졌다. 그 딱 떨어지는 분기점이 2006년이다. 고학력자들이 많아졌다. 대졸은 기본이고 석·박사 의원까지 등장했다. 직업도 고상하고 다채로워졌다. 의료인·기업가·사회운동가 의원에, 전직 공무원 의원까지 생겼다. 젊은이들도 대거 진출했다. 중앙 진출의 교두보 삼으려는 30대 의원들이 많아졌다. 재력은 더 이상 장벽도 아니었다. 명예에 부(富)까지 더해주는 직업으로 바뀌었다. 갑자기 생긴 변화였다.

이유가 있었다. 유급제다. 유급제 첫 해였다. 그 후로 계속 올랐다. 이제 고액 연봉이다. 경기도의원은 얼마일까.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을 합해 6천659만원이다. 전국 최고다. 시군의원의 연봉도 상당히 높다. 수원시의원이 5천223만원, 고양·용인시의원도 비슷하다. 화성시의원 4천963만원, 군포시의원 4천327만원, 광명시의원 4천172만원이다. 모두 시민이 내는 혈세다. 혈세 값은 하고 있나. 수준은 정말 높아졌나. 2022년 지금의 의회를 보자.

경기도의회는 도민 무시 의회다. 의장도 안 뽑고 한 달을 보내고 있다. 상임위고 뭐고 아무것도 없다. 도에서 넘어 온 추경안도 보지 않는다. 소상인 희망이 포함된 35조423억원이다. 낮엔 이러면서 밤엔 잘 지내는가 보다. 부지사와 함께 폭탄주 돌리고 있었다. 소주잔 투척 사건 아니었으면 영원한 밀회가 될 뻔했다. 그래도 월급은 나갔다. 유급제니까. 의원 한 사람 당 554만원, 전체 8억7천만여원이다. 딱 5분 일하고 받은 품삯이다.

시군의회 사정은 좀 나은가. 도의회에 묻혀 있을 뿐, 탐욕과 편법이 판치는 중이다. 파주시의회 한 민주당 의원이 있다. 의장을 해보고 싶었나 보다. 민주당에서 다른 의원을 내정했다. 그러자 탈당을 하고 국민의힘으로 갔다. 그걸 또 국민의힘은 받아줬다. 8(민주) 대 7(국힘)이던 비율이 역전됐다. 결국 의장 자리에 올랐다. 그러더니 20일만에 국민의힘도 탈당했다. 완전히 정당 팔아 먹기다. 협잡(挾雜·옳지 아니한 방법으로 남을 속임)이다.

성남시의회도 시끄럽다. 여기도 의장직 싸움이다. 국민의힘 의원이 당사자다. 당론 불복과 야합으로 의장직을 차지했다. ‘돈 봉투 논란’도 불거졌다. 압수수색을 당했다. 시민 얼굴에 뿌린 먹칠이다. 성남시의회의 ‘의장 선출 배신의 역사’는 차라리 전통이다. 2012년, 2016년에도 똑같은 야합과 의장직 거래가 있었다. 특정 지역, 특정 개인의 얘기가 아니다. 광주시의회, 의정부시의회 등 곳곳이 이렇다. 당직 제명 사례도 줄줄이 나온다.

그토록 우습게 여기던 1991년 의회, 그들도 이보다는 나았다. ‘학벌’은 짧지만 소중한 ‘경험’이 있었다. ‘직업’은 일천해도 지역 경제 ‘전문성’이 있었다. ‘나이’는 많아도 그것이 ‘의회 질서였다. ‘재산’은 많아도 그게 ‘베품’의 곳간이었다. 그 근처도 못 갈 2022년 지방의회다. 집단 이익에 안 맞으면 예산 묶어 버리고, 숭고한 의장직은 탐욕의 대상으로 삼고, ‘가문의 영광’을 차지하는 데는 탈·불법을 안 가린다. 누가 봐도 최악의 지방의회다.

현답(賢答)이 없을 우문(愚問)을 던져 보자. 과연, 지방의회 30년은 발전해 왔는가.

主筆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