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大法院 확정판결도 거부하는 진영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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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칼럼니스트

로마의 관광 명소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진실의 입’(La Bocca della Verita)이 아닐까. 사자 모양의 짐승 조각인데 그 벌린 입에 손을 넣으면 거짓말하는 사람은 손목이 잘린다는 것. 물론 전설의 석상이지만 관광객들은 줄을 서서 그 입에 손을 넣어 보기도 하고 사진도 찍는 인기 코스다. 그 옛날 로마 사람들이 공포의 조각상을 만든 것은 거짓말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정직’을 로마의 정신으로 확립하기 위해서 였을까.

로마 뿐 아니라 영국에서도 ‘정직’은 가장 중요한 신사의 덕목으로 전해 오고 있다. 가령 영국 의회에서 상대방을 비난하는 연설을 하더라도 ‘거짓말 쟁이’(liar)라고 하면 가장 큰 모욕으로 받아 들여 결투를 하기도 했다. 이번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물러나게 된 것도 그가 한 거짓말 때문이다. 그는 3년 전 코로나 방역지침에 따라 금지된 가든파티를 벌인 것이 탄로가 나서 언론의 비난을 받았다. 그런데 그는 이에 대해 사과도 하지 않고 그런 사실이 없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의회 불신임 투표까지 가게 되었고 겨우 위기를 넘기는가 했지만 결국 ‘거짓말’은 용납할 수 없다는 여론에 굴복하고 만 것이다. 하긴 미국의 닉슨 대통령도 중국과의 국교정상화와 냉전체제의 전환이라는 업적을 남기고도 탄핵에 몰리다 사임했는데 그 핵심은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아무리 훌륭한 지도자라도 거짓말을 하게 되면 국민들과는 신뢰를 잃게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진영에 따라 거짓말도 진실이 되고 진실도 거짓말이 된다. 심지어 대법원에서까지 최종적으로 판정된 것도 진영에 따라 진실이 결정된다.

조국 전 법무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대법원에서 자녀입시 비리 등 혐의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지만 아직도 그는 무죄라고 주장하며 억울하다고 외치는 사람들에 둘러 쌓여있다. 대법원은 1~2심에서 판결한 대로 동양대 강사 휴게실PC의 증거능력을 인정했고, 그의 딸이 공주대학 생명공학연구소 인턴 경력이 없다는 등 7가지 혐의내용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는데도 이처럼 반기를 드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바로 진영의 논리다. 지금까지도 논란이 되는 ‘조국의 江’을 건너지 못하는 현상인 것이다.

노무현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한명숙씨의 불법정치자금수수 사건도 마찬가지다. 한 전 총리 역시 대법원에서 혐의 모두를 유죄로 확정하고 징역 2년에 8억8천만원의 추징금을 선고했으나 문재인정부에서 ‘무혐의’를 위한 재심운동이 끊이질 않았다.

역시 진영 논리다. 내 편이 하는 것은 거짓말도 진실이고, 네 편에서 하는 것은 진실도 거짓말이라는 것이 진영논리다.

‘검수완박’ 법안통과를 위해 민주당에서 무소속으로 위장탈당을 했다 하여 논란이 되고 있는 민형배의원 - 그가 민주당 이재명의원의 광주 방문에 동행하고 지방선거 때는 민주당 후보를 지원했는데 그러면 위장탈당이 아니라고 하는 민형배 의원과 위장탈당이라고 하는 국민의 힘, 어느 쪽이 거짓말일까?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다스’ 소유를 강력 부인하던 이명박 전 대통령 - 그러나 13년에 걸친 법정 공방 끝에 대법원이 ‘다스’는 이 전 대통령의 소유이고 따라서 자금횡령죄를 인정한다며 대법원이 징역 17년, 벌금 130억원을 선고했는데 그럼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이 전 대통령일까, 대법원일까.

진영논리에 의하지 않고, 흑을 흑이라 하고, 백을 백이라 하는 날 우리 정치는 신뢰의 날개를 달게 될 것이다.

변평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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