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예술적 도전의 한계 없는 즐거움’…백남준아트센터 ‘바로크 백남준’

'바로크 레이저에 대한 경의'.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비디오 아트의 거장 백남준의 90번째 생일을 기념해 특별전 <바로크 백남준>이 개막했다.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는 백남준의 대규모 미디어 설치 작업과 레이저 작업을 중심으로 한 이번 특별전을 내년 1월24일까지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백남준이 비디오와 레이저를 특정한 공간 안에 투사해 만들었던 ‘아날로그 몰입’에 중점을 뒀다.

전시는 백남준이 지난 1995년 독일 뮌스터의 작은 교회에서 연출한 ‘바로크 레이저’를 오마주한 작품 ‘바로크 레이저에 대한 경의’로 시작한다. 백남준은 당시 교회의 모든 창문을 닫아 내부를 어둡게 한 뒤 레이저로 퍼포먼스를 펼쳤다. 그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두 손으로 레이저 불빛을 모으다가 피아노 연주를 하듯 레이저에 손가락 끝을 맞추거나, 레이저로 담뱃불을 붙이고 담배연기를 만드는 등 레이저가 공간적으로 보이도록 했다.

특히 백남준은 이 작품에서 3차원 이미지를 영사하는 장치로서 레이저의 가능성을 실험했다. 센터는 이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자 거즈로 된 커튼을 드리우고 레이저 프로젝터로 머스 커닝햄이 춤추는 비디오를 RGB 세 가지 색으로 투사해 작품을 재현했다.

‘시스틴 성당’.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만한 또 하나의 작품은 ‘시스틴 성당’이다. 백남준은 지난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이 작품으로 독일관 대표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백남준은 건축공사에서 임시가설물로 쓰이는 비계를 쌓아올리고, 40여개의 프로젝터를 곳곳에 매달았다. 센터는 물고기 떼와 성조기 등 프로젝터에서 나오는 영상들의 위치를 계속 바꾸며 사방의 벽에 투사해 작품을 재현했다. 이는 마치 그림이 계속 바뀌는 벽화처럼 보였다. 쏟아지는 영상과 ‘윙~’ 하고 울리는 사운드가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이 작품은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40여개의 프로젝터가 화가의 역할을 대신 하고 있었다.

센터는 작품 주위에 오래된 텔레비전과 모니터 등을 빙 둘러 마치 그 힘이 작품을 지키게끔 하려 했던 백남준의 전시 형태도 그대로 본떴다. 센터는 이 외에도 ‘비디오 샹들리에 No.1’, ‘촛불 하나’, ‘삼원소:원, 삼각형, 사각형’, ‘촛불 TV’ 등의 작품도 선보인다.

전시를 기획한 이수영 학예연구사는 “백남준의 레이저 작업, 대형 미디어 설치 작업 등을 생생하게 재현하려고 노력했다”며 “이를 통해 백남준이 다양한 예술을 추구했다는 것을 알리고 관객들이 그를 새롭게 볼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김보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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