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시민 300만 명 중 성인 대다수인 230만 명을 가입자로 둔 인천e음카드가 존폐 위기에 놓여 안타깝다. 지역화폐가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2018년 6월 전국 최초의 ‘후불형’ 캐시백을 탑재한 ‘인천너카드’를 출시했을 때부터 구매가의 10%를 현금으로 되돌려주는 파격 혜택을 부여한 ‘인천e음카드’까지의 진화과정을 취재한 입장에서 최근의 캐시백 축소 방침, 재정위기 논란을 지켜보니 답답한 측면이 많다. 정책 결정자들이 숲 전체가 아닌 특정 나무만 보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전국 230개 이상의 지역화폐 중에서도 인천e음카드는 지역경제활성화, 부가서비스 콘텐츠, 빅데이터 활용도 측면에서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간 코로나 19 영향으로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캐시백 10%를 유지해왔으나 이를 지속시킬 경우 2010년의 인천시 재정 위기가 또다시 불어닥칠 수 있다. 그렇기에 캐시백 비율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되 가입자 230만 명인 인천e음의 빅데이터를 공공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시급하다. 시 예산만 연간 2천억원이나 쏟아부은 인천e음은 단순 결제시스템이 아닌 시와 민간기업 공동 특허권을 보유한 공공재다.
1일부터 인천e음 캐시백이 줄어들자 SNS에 “편의점, 학원, 식당, 병원 등에서 왠만하면 지역화폐를 사용하고 있다. 서민들에게 도움되는 지역화폐를 그냥 두면 좋겠다”, “매달 충전해서 쓰는데 없어진다니 별로네요” 등등 시민 불만의 목소리가 거세다. 청주페이, 제주 탐나는 전, 광주상생카드, 전주사랑상품권 등 다른 지역화폐들도 할인판매를 중단하거나 구매한도 충전금을 줄이고 있다.
인천e음은 서울, 경기 등 대다수 지역화폐의 선불식 지역화폐와 달리 소비할 때마다 캐시백을 적립해주는 후불식이라 확장가능성과 생명력이 뛰어나다. 출시하자마자 발행액이 50~100배 급증하다 지난해 코로나 지원금까지 포함하면 4조1556억 원에 이르렀다. 전국 232개 지역화폐의 총 발행액(2016~2021년)이 20조원인데 이중 인천시가 절반인 10조원가량을 차지한다.
이렇게 가입자 사용액이 많아지자 캐시백 10%를 감당하기 위해 인천시가 무리하게 특별회계 예산을 전용해왔다. 2019년 11월에도 가입자가 급증하자 캐시백 지원을 100만원에 한해 캐시백 10%를 보장하던 것을 최고 사용액 30만 원까지 3%만 지원해주기로 한 적이 있다. 이러자 서구 등 기초자치단체가 4%, 가맹점이 3~7%씩 캐시백을 추가 지원하는 보완책을 제시했고, 이후 가입자가 꾸준히 늘어나자 인천시가 엄청난 혈세를 다시 투입했다.
민간의 창의력에다 공공의 힘이 핵심적으로 작용해 인천e음이 엄청난 인기를 끌며 생명력을 이어온 것이다. 4년의 짧은 기간이지만 독창적으로 성장해온 인천e음을 공공플랫폼 2.0과 같은 시민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열린 소통을 펼쳐야 할 때다.
박희제 인천언론인클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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