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원실 단장에 10억, 20억... ‘자기 편성’식 세금 낭비다

이제 갓 새로운 회기를 시작한 지방의회들이 청사 공사에 바쁘다고 한다. 인천의 일부 구·군의회들 얘기다. 이제껏 잘 쓰던 의원실을 증축하거나 리모델링하는 공사들이다. 의석 수가 1~2개 늘어났는데도 의원실을 확충하는 김에 전체적인 청사 리모델링에 들어간 곳도 있다고 한다.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공사들이다. 그들을 뽑아준 시민들은 요즘 치솟는 물가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지금이 의회 청사를 호화롭게 단장하느라 시민 세금을 퍼부을 때인가.

인천 부평구의회는 사업비 20억원을 투입해 2024년 8월까지 의원실 증축사업을 벌인다. 이를 위해 부평구의회는 지난해 12월 의회 운영위원회에서 설계용역비 8천만원을 올해 예산에 편성했다. 나머지 공사 비용은 오는 9월 추가경정예산안에 반영하는 등 의회 청사 증축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인천 남동구의회도 지난달 9억7천5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청사 리모델링 공사를 끝냈다. 남동구의회는 의석 수가 종전 17명에서 18명으로 늘어나 의원실 1실이 추가로 필요했다. 그러나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석면을 해체하고 청사 1·2층에 대한 전반적인 리모델링을 같이 했다. 인천 연수구의회도 의원실 1개를 확충하는 과정에서 건축·기계·소방 등 추가 작업이 필요해 3억2천만원의 예산을 썼다고 한다.

부평구의회의 경우 의원 수가 변동이 없고 남동구의회도 1명이 더 늘어났을 뿐이다. 그런데도 청사 단장에 10억, 20억원의 예산을 쓴 것이다. 이와 비교되는 구의회들도 있다. 의석 수가 3명 증가한 인처 서구의회는 2천930만원을 들여 추가 의원실을 마련했다. 의석 수가 1명 증가한 인천 동구의회는 1천970만원의 예산을 썼다.

외유성 해외 출장 등 지방의원들의 일탈은 대체로 시민 세금을 경시하는 자세에서 비롯됐다. 최근 서울의 한 구의회 의원들은 드물게 사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고 한다. 구에서 적지 않은 예산을 타내 제주도로 국내 연수를 갔다. 예산 신청 내역과는 달리 비행기 대신 배를 이용하고 교육비 중 일부를 되돌려받는 등으로 돈이 많이 남게 됐다. 경찰이 이 돈을 구에 반납하지 않은 것은 사기죄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의회 청사와 의원실을 꽃단장하는 데 들어간 돈은 그들을 뽑아 준 시민들 세금이다. 그 돈을 자신들 방 치장에 우선으로 돌린 것은 엄중히 대해야 할 예산을 ‘자기 편성’한 것이다. 주민 세금으로 ‘귀하신 몸’이 되려 말고 당선 소감의 ‘초심’을 되새겨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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