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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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솔 변호사

혼인은 이혼에 의해 해소된다. 부부는 협의해 이혼하거나(민법 제834조) 부부의 일방은 법률에 정해진 사유가 있는 경우에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 민법은 재판상 이혼사유를 제840조 제1호부터 제5호까지 개별·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고, 제6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를 두어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2009년 12월24일 선고 2009므2130 판결 참고)은 위 제6호를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고 해석한다.

한편 대법원은 1965년부터 이른바 ‘유책주의’ 즉, 배우자 중 어느 일방이 동거·부양·협조·정조 등 혼인에 따른 의무를 위반하는 행위를 한 때와 같이 이혼사유가 명백한 경우에 그 상대방에게만 재판상 이혼청구권을 인정해 왔다. 그러나 대법원은 1980년대 후반부터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허용되는 사유를 판시하기 시작했고, 2015년에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는 경우’에 더해 ‘이혼을 청구하는 유책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세월의 흐름에 따라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의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돼 쌍방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에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허용되는 사유를 확장했다(2015년 9월 15일 선고 2013므568 판결 참고).

최근 일방 배우자가 과거에 이혼소송을 제기했다가 유책배우자라는 이유에서 기각 판결이 확정된 이후 새롭게 이혼소송을 제기한 사례에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판단 기준을 구체화한 판례가 있어 소개한다.

원고와 피고는 종전 이혼소송의 변론종결 이후에도 5년째 별거 중이고, 쌍방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고는 혼인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상당한 고통임을 토로하면서 새로운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피고는 혼인계속의사를 밝히면서 원고가 먼저 가출했다는 사정을 들어 원고에게 집으로 돌아오라는 요구만을 반복할 뿐이었는데, 원고는 별거 중에도 사건본인(자녀)에 대해 양육비를 꾸준히 지급했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사례에서 과거에 원고가 청구한 이혼소송이 기각됐더라도 그 후로 피고가 혼인관계의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아 혼인관계가 회복될 가능성이 없는 반면 원고는 피고와 사건본인에 대한 보호와 배려를 해 유책배우자로서의 유책성이 희석됐다고 보고,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허용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정다솔 변호사/법무법인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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