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을 이미지로 찍어낸 듯 생생한 언어…동시집 '웨하스를 먹는 시간'

조정인 <웨하스를 먹는 시간(문학동네刊)>

대상을 향한 진득한 관찰과 철저한 탐색 끝에 선택된 언어들이다. 그 말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뛰어오르고 솟구친다. 그림을 그리듯 섬세하게 묘사된 시어들을 읽고 있으면 마치 대상을 이미지로 찍어낸 듯 생생하다. 빽빽한 잎 사이 작은 검정과 눈을 마주치는 또렷한 기쁨의 순간부터 사나운 바람이 여름 잎사귀를 붓 삼아 창유리를 때릴 때 번져가는 격렬한 감정까지, 순식간에 읽는 이의 머릿속에 몇 폭의 그림을 새겨 넣는 작품이 여럿이다.

지난 10월11일 출간된 ‘제9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수상작 『웨하스를 먹는 시간』에서는 조정인 시인만의 언어가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는 서른여섯 편의 작품 안에서 바스락거리며 움직이고 있다.

이 동시집엔 감각의 세밀화를 완성하는 겹눈의 시선, 새로운 층위의 동심을 건드리는 어법, 행간마다 빽빽이 들어찬 공기와 빛의 미묘한 질감이 함께 서려 있다.

1998년 『창작과비평』을 통해 등단한 조정인 시인은 시집 『사과 얼마예요』, 『장미의 내용』, 『그리움이라는 짐승이 사는 움막』과 동시집 『새가 되고 싶은 양파』를 써오면서 자신만의 독보적인 시 세계를 구축해왔다. 제2회 평사리문학대상, 제14회 지리산문학상, 제1회 구지가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지난해엔 『웨하스를 먹는 시간』으로 제9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을 받았다.

그가 동시를 향해서 보여 온 부단한 사랑은 굳건하다. 동시를 다루는 문예지와 매체에 꾸준히 동시를 발표해 왔고,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직접 만나는 일도 이어 오고 있다.

시인은 우리를 둘러싼 일상의 세계를 조금은 다르게 느끼고 바라봤으면 하는 마음을 책이 시작되는 곳에 눌러 담았다. “눈을 반짝이며 동시집 책장을 넘길 어린 당신들을 상상한다. 시 한 편 읽고 창가로 가서 작은 한숨을 쉬는 건 아닐지. 문득 당신들을 둘러싼 이 세계가 얼마나 경이로운 곳인지를 천천히 둘러보는 건 아닐지. 무심히 지나치던 것들이나 주변의 일들을 다르게 보고 새롭게 보는 마음의 눈을 갖게 되면 참 좋겠다”.

송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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