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늘 사립학교가 제공하는 교육적 혜택을 누리며 살고 있다.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국·공립학교만 다니는 일은 흔하지 않다. 그럼에도 교육 현장에서 교원에 대해서는 사립학교 교원, 국·공립학교 교원으로 구분해 평가하고 심지어 차별까지 하는 경우가 있다. 경기도교육청 사립 초·중·고등학교의 총괄 담당 장학사로서 2년째 근무하면서 사립학교에 대한 사회적 시선에 대해 참으로 안타까운 부분이 많다.
첫째, 가족 기업화된 사립학교다. 사립학교는 기업이 아니다. 자식에게 물려주거나 자식을 교원으로 또는 행정실 직원으로 채용하는 것에 제동이 필요하다. 물론 실력 있고 능력 있는 가족이 경영에 참여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학교는 기업이 아니다. 기업이 돼서도 안 된다. 학교는 이익을 남기는 장사치들의 공간이 아닌 사람을 남기는 교육적 엘리트들의 공간이다.
둘째, 종교화된 사립학교다. 사립학교의 건학이념은 존중한다. 그러나 학교에서의 신앙은 그 학교를 이루는 공기(空氣)여야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아침마다 종교 의식을 하고 그 종교 의식에 참여한 사람만이 승진을 하고, 재계약이 가능한 이 이상한 학교들을 참 안타깝게 볼 뿐이다.
셋째, 변화하지 않는 사립학교다. 일부 사립학교에서는 변화된 또는 변화하고 있는 초·중등 교육법에 맞게 정관을 고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질병 휴직의 총 기간이 정관으로 1년으로 돼 있다는 이유(교육공무원법 최대 2년 가능)로 몸이 아픈 교원의 휴직을 못하게 하는 민원도 여러 학교에서 받았다.
이처럼 지금까지의 사립학교는 자율과 책임 중 자율에 비중을 많이 뒀던 것이다. 그리고 그 자율만을 추구해 사회적 지탄을 받게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 사례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사립학교에 세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학생들은 미래로 가고 있는데, 사립학교는 과거에 머물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첫째, 사립학교형 교장 공모제 확대다. 둘째, 거점형 사립학교 지정이다. 거점형 사립학교를 25개 지원청에서 1개씩 지정해 그 학교가 중심이 돼 지역별 또는 권역별 커뮤니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셋째, 교원교류 정책 확대다. 사립학교 교원들의 성장을 위해 다른 학교(세상)과의 교류는 정말 필요한 것이다.
사립학교는 자율과 책임을 동시에 추구해야 할 시기가 왔다. 자율적으로 우수한 교원을 교장으로 임명하고, 거점형 사립학교가 책임감을 가지고 지역의 커뮤니티를 이끌어야 하며, 자율적으로 학교 간 파견정책을 펼치며, 파견교사는 책임감을 가지고 근무를 해야 한다. 사립학교의 가장 큰 장점인 자율의 긍정성을 책임과 접목해 한 걸음 더 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상훈 경기도교육청 학교지원과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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