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 유족의 품으로 안긴 호국영웅 故 박진호 일병

6.25 전쟁 장진호전투 전사 72년 만에 1만5천470㎞ 돌아 고향 부모 곁에 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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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동두천시 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호국의 영웅 고(故) 박진호 일병 귀환행사'에서 박 일병의 유해가 운구되고 있다. 박 일병은 1950년 8월 23세 나이로 입대해 미 7사단 31연대 소속 카투사로 한국전쟁에 참전, 같은 해 11월 장진호 전투에서 치열한 교전 중 장렬히 전사했다.조주현기자

“이제서야 부모님 곁으로 돌아온 불효자를 용서해주세요”

6·25전쟁 당시 함경남도 장진군과 함주군 일대에서 전개됐던 장진호 전투에서 전사한 호국의 영웅 고(故) 박진호 일병이 72년 만에 1만5찬470㎞를 돌아 19일 가족의 품으로 귀환했다.

고(故) 박진호 일병은 1950년 8월 23세의 나이로 입대해 미 7사단 31연대 소속(카투사)으로 참전, 같은 해 11월 함경남도 장진군과 함주군 일대에서 전개됐던 장진호 전투에서 치열한 교전 중 장렬히 전사했다.

현재 고인의 부모는 모두 생을 달리했고, 유가족으로는 8남매 중 두 명의 여동생과 한 명의 남동생이 생존해 있다.

물리적 시간과 거리를 돌아온 고(故) 박진호 일병은 이날 동두천시 국민체육센터에서 헌화, 6·25참전기장 수여, 추모사, 학생 편지낭독, 유가족 인사 등 국가보훈처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주관해 최고의 예우를 갖춰 엄숙히 거행된 ‘호국의 영웅 귀환행사’를 통해 가족의 품에 안겼다.

박민식 국가보훈처장과 유가족, 박형덕 동두천시장 등 200여명이 참석한 이번 행사는 호국영웅의 넋을 위로하고 전쟁의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온 유가족을 위로하며 아직 미수습 상태인 6·25전쟁 국군 전사자의 귀환을 염원했다.

박 일병의 유해는 이날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을 출발, 군사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동두천시 국민체육센터로 이동된 뒤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직접 맞아 제단까지 모신 후 유가족들에게 전달됐다.

박 처장은 호국영웅에 대한 명예선양의 의미를 담은 ‘호국영웅 귀환패’와 전사자 유품 등이 담긴 ‘호국의 얼’ 함을 유족 대표에게 전달했다.

박 처장은 “72년 기나 긴 세월 고인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을 간직한 채 살아오신 유가족 분들께 진심어린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정부는 국가유공자와 유가족 분들의 명예선양과 예우에 만전을 기함으로써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는 ‘일류보훈’이 구현될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도 이날 유족 대표에게 박 일병의 전사자 신원확인통지서를 전달하고 참전 과정과 유해발굴 경과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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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동두천시 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호국의 영웅 고(故) 박진호 일병 귀환행사'에서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오른쪽)이 박 일병의 유해를 동생 박진우씨에게 인계하고 있다. 박 일병은 1950년 8월 23세 나이로 입대해 미 7사단 31연대 소속 카투사로 참전, 같은 해 11월 장진호 전투에서 치열한 교전 중 장렬히 전사했다.조주현기자

박 일병의 남동생인 박진우씨(75세)는 “형님이 결혼도 하지 못한 채 전쟁 중 북한에서 돌아가신 것에 억장이 무너졌는데 유해를 찾아서 감개무량하다. 부모님이 계시는 선산(납골당)에 빨리 모시고 싶다”고 말했다.

박 일병의 유해는 귀환 행사를 마친 후 동두천시 탑동 조산마을에 있는 선산 가족 납골당으로 봉송, 고인의 부모 곁에 안장됐다.

한편, 박 일병이 전사한 장진호 전투(1950.11.27~12.11)는 미 제10군단의 해병 제1사단(배속 : 미 7사단 31연대)이 서부전선으로 진출하기 위해 장진호 북방으로 이동하던 중 중공군 제9병단 예하 7개 사단의 포위망을 형성한 장진호 계곡을 빠져 나오기 위해 2주 동안에 걸쳐 펼친 철수작전이다.

박 일병의 유해는 북한지역에서 발굴돼 1990~1994년에 미국 국방부 전쟁포로, 실종자 확인국(DPAA)에 인계된 유해 중에 포함됐다.

이후 국유단과 DPAA가 공동으로 신원 확인을 진행하다 국군 전사자로 추정돼 국내로 봉환된 고인의 유해는 북한과 DPAA 하와이지부를 거쳐 총 1만 5470㎞에 이르는 긴 여정을 거쳐 고향 땅을 밟았다. 이어 고인의 남동생이 주변인의 권유로 유전자 시료 채취를 신청해 검사를 한 결과 지난달 형제관계가 나타나면서 유해의 신원이 확인됐다.

동두천=송진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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