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위기에 검찰 실망 있어 ‘친윤 총장’ ‘아우 총장’ 안 돼 인선 대원칙 ‘측근 배제’ 돼야
역대 최고의 검찰 수사는 무엇일까. 너무 막연하다면 범위를 좁혀보자. 최고의 정치 수사는 무엇일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걸 꼽을 거다. 2003년 ‘대선자금 차떼기 사건’. 150억원이 실린 트럭이 통째로 넘어갔다. 대기업이, 휴게소에서, 한나라당에 줬다. 성역이던 대선자금을 깐 첫 수사다. 이 수사를 최고로 쳐도 좋을 조건이 있다. 서슬 퍼런 현 정권도 빼지 않았다. 대통령의 ‘좌’희정·‘우’광재를 구속했다. 한 당은 천막으로 갔고, 한 당은 쪼개졌다.
검찰은 지금도 이 수사를 추억한다. 2019년 3월. 한 언론(일요신문)에서 전현직 검사 50명을 설문했다. 역대 최고의 총장을 물었다. 그때 ‘송광수 총장’이 1위였다. 2019년 3월이면 문무일 총장, 2019년 7월부터는 윤석열 총장이었다. 이들까지 다 포함했다면 어땠을까. 윤석열 총장이 최고로 선택됐을까. 윤 총장의 전후반부는 극적으로 나뉜다. 조국 수사 이전의 윤 총장은 친(親)정권 검사였다. 그렇게 분류됐다. 실제로 권력을 향한 수사는 없었다.
그때, 권력과 맞댐하던 검찰은 따로 있었다. 서울동부지검이다. 문재인 환경부를 수사했다. 훗날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명명되는 사건이다. 환경부 장관을 소환했고, 인사 수석을 조사했다. 청와대 압수수색에도 나섰다. 모진 방해를 뚫고 기소까지 끝냈다. ‘추미애 인사’의 보복을 받았다. 검사장·부장검사가 옷을 벗었다. 수사팀은 공중분해됐다. 그 짧은 몇 달이 문재인 권력 수사의 시초였다. 윤 총장의 조국 수사가 그 불씨를 크게 키워 나갔다.
국민이 윤 총장을 지지했다. 결국 대통령에까지 밀어 올렸다. 대통령이라는 게 그렇다. ‘잘할 것 하나가 있으면 그걸 믿고 뽑는다. 그게 김영삼엔 ‘문민’이었고, 김대중엔 ‘민주’였고, 노무현엔 ‘교체’였고, 이명박엔 ‘경제’였다. 그걸 못할 때, 또는 그게 약발을 다할 때 국민은 돌아선다. 윤석열 대통령에겐 그게 ‘검찰’이다. 추상같은 법 집행이 윤 대통령을 향한 지지자들의 기대였다. 요 며칠 지지도가 많이 떨어졌다. 긍정평가 30%대, 부정평가 60%대다.
‘검찰 실망’을 많이들 얘기한다. 기존 사건-대장동·성남 FC·산업부 블랙리스트·원전 평가 조작·울산시장 선거 개입-은 진척 소식이 없다. 새로운 사건-서해 공무원 피살·북한 주민 강제 북송-은 파헤쳐만 놓고 있다. 지지자들이 ‘진도가 늦다’며 실망한다. 반대자들은 ‘봐라, 없지 않느냐’며 역공한다. 이러니 60%가 50% 되고, 40%가 30% 되는 것이다. 이제 검찰 운영 자체까지 공격 받기 시작한다. ‘친윤 검사’·‘아우 검사’로 채우는 인사가 타깃이다.
그 정점에 한동훈 법무장관이 있다. 지나친 권력 집중으로 ‘왕 장관’ 소리를 듣는다. 그 비판이 괜한 게 아니다. 대검 간부 인사, 검사장급 인사, 평검사 인사를 혼자 다 했다. 검찰청법-‘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과 맞지 않는다. 고위직 인사검증 역할까지 맡겨졌다. 그래서 붙여진 별칭이 ‘검찰총장이면서, 민정수석이면서, 인사수석이기도 한 법무장관’이다. 검찰총장 자리를 비워둬서 더 크게 잡히는 트집이다.
이제서야 자리가 채워질 모양이다. 대통령에게 중요한 순간이다. 살폈듯이 윤 대통령을 향한 제일 큰 기대는 ‘검찰’이다. 그 검찰의 수장이 총장이다. 이미 바닥을 치는 대통령 지지도인데 총장 하나 잘 뽑는다고 확 오르겠나. 그건 아닐 거다. 하지만 총장까지 잘 못 뽑으면 어떻게 될지는 어렵잖게 알 수 있다. 국민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더는 보고 싶지 않다’며 윤석열 인사를 경고한다. 인연에 사로잡힌 ‘친윤 인사’, 형님 리더십으로 맺은 ‘아우 인사’.
그때 송광수는 정권과 껄끄러웠다. 여권을 수사해서가 아니다. 매사 건건이 부딪혔다. 장관과 갈등이 특히 심했다. 중수부 폐지, 공수처 신설로 다퉜다. 인사에선 ‘송광수 패싱’ 논란까지 있었다. 기수 역전-총장(3기) 장관(13기)-이 부른 부조화였다. 하지만 그런 총장을 정권은 존중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노무현 정부’에 선물로 돌아갔다. ‘한국의 정치자금 개혁은 노무현 정부가 이룩했다’는 정의다. 지금도 이 역사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없다.
측근 총장은 임기를 빛낼 수 있다. 비측근 총장은 역사를 빛낼 수 있다. 역사를 빛낼 선택이 있어야 할 것이다. 간단한 원칙만 서면 된다. 바로 ‘측근 배제’다.
主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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