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교황 프란치스코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사건을 개탄하며 “이 무장 공격을 멈춰야 합니다. 하느님의 이름으로 호소합니다. 이 학살을 멈춰 주세요!”라고 외쳤다.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이 전쟁은 안타깝게도 두 나라뿐만 아니라 국제사회를 넘어 우리나라에까지 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먼저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봉쇄되었고, 특히 최빈국에 사는 수백만 명의 식량이 부족해지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하물며 이러한 식량 불안정 사태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무기가 되어 버렸다. 세계 5대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밀 공급 감소는 유럽과 미국의 원자재 시장에서도 가격을 유례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는 전 세계 물가에도 영향을 주어 대한민국의 물가 상승으로도 이어졌다. 이 전쟁은 결코 전쟁 중인 두 나라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의 문제가 되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대립은 1991년 소련의 붕괴 이후부터다. 러시아는 자국으로부터 분리된 국가들과의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냈고 이 중 우크라이나는 독립과 주권 보장 정책이 가장 많았고 유럽연합(EU)과 러시아 간의 중립 외교를 택하였으나, 2014년 우크라이나의 친러 성향의 대통령과 지지자들을 축출한 사건 이후 두 나라의 관계는 매우 적대적이었다. 마침 러시아 서쪽에 위치한 나라들이 하나둘씩 유럽연합과 북대서양 조약 기구(NATO)에 참여하였고 우크라이나 역시 그러한 움직임을 보였다. 러시아는 잠재적으로 적대적인 국가들이 러시아를 둘러싸고 있다고 판단, 2021년부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경에 군사력을 증강했고, 2022년 결국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였다.
어떤 이들은 더 강력한 전쟁 무기를 보유하지 못한 우크라이나의 약한 군사력을 지적한다. 왜냐하면, 강력한 무기로 인해 적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고, 그러한 견제로 인해 어느 정도 국제사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견제와 긴장의 끈이 끊어지면 돌이킬 수 없는 전쟁 상황에 빠지기 쉽다. 무기의 목적이 오로지 방위력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교황은 과거 일본 방문 때도 핵무기의 사용과 보유를 전적으로 반대하며 진정으로 정의롭고 안전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전쟁 무기를 내려놓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였다. 그리고 교황은 미사일로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의 행보와 북한 핵무기에 대한 우려로, 북한 방문 실현을 타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서도 교황은 “슬프게도 일부 강력한 통치자가 민족주의적 이익이라는 시대착오적인 생각에 사로잡혀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주식인 밀을 전쟁 무기처럼 사용하지 마십시오!”라고 호소한다. 어떤 전쟁도 정의로울 수 없고 정당화될 수 없다. 국가 정치 지도자들이 말하는 정당한 명분이란 절대 정의로울 수 없으며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그리고 비참하게도 전쟁의 대가를 치르는 이들은 국가 정치 지도자들이 아니라 전쟁터에서의 군인들, 폭격을 당해 희생된 이들, 아이들, 여성들, 약하고 소외된 이들이다.
김의태 수원가톨릭대학교 교회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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