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수평선

수평선

                                 김경옥

 

끝없이 높은 하늘 끝없이

넓은 바다

 

달라도 너무 다른데

날마다 만나네

 

억만년 찰랑거리며 무슨

얘기 나눌까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경청’

멀수록 아름답게 보이는 게 있다. 수평선도 그 가운데 하나다.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곳. 그러나 사실은 맞닿은 게 아니라 거리가 주는 착각의 현상으로 그렇게 보일뿐이다. ‘착각’은 모든 문학작품과 예술을 낳은 원천. 시인은 이 동시 속에서 착각의 미학을 얘기하고 있다. ‘끝없이 높은 하늘 끝없이/넓은 바다//달라도 너무 다른데/날마다 만나네’. 서로 다른 하늘과 서로 다른 바다가 날마다 만난다고 했다. 그래서 한 폭의 풍경이 되고 이야기가 된다고 했다. 하늘은 하늘의 이야기를, 바다는 바다의 이야기를 주고받는단다. 서로 다른 존재가 만나 같은 이야기를 한다면 얼마나 재미없고 지루할까? 그건 고역 가운데서도 가장 견디기 어려운 고역일 것이다. 각자 다른 이야기를 해줌으로써 흥미롭고 즐거운 법. 우리가 사는 사회라고 다를 게 없다. 중요한 것은 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 초등학교 교과서에 ‘말하기 듣기’가 별도로 들어있는 것도 다 뜻이 있는 것이다. 입은 하나인데 귀가 둘인 것도 다 의미가 있는 것이다. 경청은 대화의 기본으로 서로의 존재를 인정함과 아울러 ‘우리’를 이끌어내는 최상의 방법인 것이다. 수평선을 하늘과 바다의 대화로 본 시인의 눈이 퍽 이채롭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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