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 산재보험, 일하는 사람 사회안전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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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지난 3월 서울 서초구에서 음식 배달을 하던 노동자가 사고로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그런데 이 노동자는 산업재해보상보험(이하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고, 업무 중 사고 때문에 유명을 달리했음에도 산재보상을 받지 못했다.

이들 음식배달 노동자(퀵서비스 노동자)나 택배기사 등을 비롯한 19개 직종 특수고용노동자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 제125조에 따른 산재보험 의무가입 대상이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아니지만, 근로자성이 있다고 보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특례규정이다.

하지만, 산재보험에 가입했다 하더라도 무조건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험에 가입하고 매달 꼬박꼬박 보험료를 냈음에도 사고 발생시 산재보상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왜 그럴까? 바로 산재보험법에서 규정하던 ‘전속성 기준’ 때문이다. 하나의 업체가 아닌, 여러 업체에서 동시에 일감을 받아 노무를 제공하는 노동자의 경우 산재보험의 보상을 받으려면 해당 업체에서 일정한 노동 시간과 소득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이를 ‘전속성 기준’이라고 한다.

올해 기준, 해당 사업장에서 한 달에 115만원 이상의 보수를 받거나, 93시간 이상 일해야 이러한 ‘전속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이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면 산재보험에 가입했어도 보상을 받을 수 없다. 예컨대, 한 달 동안 A플랫폼에서 100시간을, B플랫폼에서 40시간을 일했을 경우 A플랫폼에 노무를 제공하던 중 사고가 발생하면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B플랫폼에 노무를 제공하던 중 사고가 발생하면 보상받지 못하게 된다.

배달 노동자를 비롯한 수많은 특고노동자들과 플랫폼 노동자들이 ‘전속성 요건’으로 인해 산재보험 적용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고용노동부 추계에 따르면, 그 규모만 75만명에 달한다.

이러한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국회에서는 ‘전속성 요건’ 폐지를 골자로 하는 산재보험법 개정안을 지난 5월 말 본회의에 통과시켰고 내년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산업재해는 근로시간과 소득기준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짧은 시간 일하거나, 급여가 낮은 업무를 하던 와중에도 사고는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업무 중에 발생한 사고로 인해 부상을 당하거나 생명을 잃었다면 누구든지 산재보험의 보호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번 개정안 통과로 ‘전속성 요건’에 가로막힌 특고 플랫폼 노동자들의 산재보험 적용 사각지대가 해소됐지만,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 산재보험이 보다 촘촘한 사회안전망으로 기능하기 위해 1인 자영업자 및 위험업무 종사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산재보험의 의무적용대상 확대가 필요하다. 또한, 디지털 플랫폼 경제 등의 발전으로 출현하는 새로운 유형의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논의 또한 지속해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국회와 정부는 산재보험을 비롯해 제도의 부재 또는 사각지대로 인해 고통받는 노동자와 국민이 오늘도 국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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