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이준석 대표는 주연인가, 조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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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평섭 칼럼니스트

최근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 남우주연상을 휩쓴 <브로커>가 계속 화제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송강호의 그림자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지만 영화 평론가들은 조연배우 강동원에 주목하고 있다. 영화 속 베이비 박스에서 일하는 동수역을 맡은 강동원의 연기가 이 영화가 갖고 있는 주제를 잘 살려 냈고 ‘발 없는 참새’라던가 ‘태어나 줘서 고마워’같은 명대사의 분위기도 100% 전달했다는 것이다. 사실 영화든 연극이든 심지어 TV연속극까지도 주연 못지않게 조연 배우가 성패를 좌우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TV 일일연속극으로 가장 인기를 끌었다고 하는 TBC(동양방송)의 ‘아씨’ 역시 조연 배우 때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TBC는 삼성의 이병철회장이 설립했다가 1980년 전두환 정권 때 KBS와 강제 통합됐는데 1971년 연속극 ‘아씨’는 방송사에 길이 남을 히트를 기록했다.

아씨의 친정 어머니역을 맡았던 김용림, 진산댁 역의 여운계 등 조연들이 드라마를 살렸다는 것인데 이 드라마가 방영될 저녁 시간대에는 서울 거리가 한산했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다니 그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 특히 이병철회장이 드라마에 관심이 많았고 조연 배우를 중요시했다는 이야기도 있는 데 사실 오늘 삼성이 세계적 기업으로 우뚝 선 것도 이와 같은 조연 배우를 중시하는 경영철학이 작용했는지 모른다.

어쩌면 정치 역시 주연 못지않게 조연이 잘 해야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요즘 집권당이 된 국민의 힘을 보면 누가 주연이고 누가 조연인지 헷갈리게 한다.

분명 당 대표는 이준석이고 그가 주연 배우다. 그런데 다르게 보면 소위 ‘윤핵관’이 주연 같고 이준석 대표는 조연처럼 보인다. 심지어 당 최고회의에서 배현진 의원이 이 대표를 몰아붙이기도 하여 이에 발끈한 이 대표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가 하면 악수를 청하는 배현진 의원의 손을 뿌리치기도 했다. 어린이 소꿉놀이처럼 유치한 장면을 보아야 하는 국민의 마음은 착잡하다. 이런 볼썽 사나운 모습에 국민이 실망하면 그 화살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간다.

이 대표의 나이가 어리기 때문일까. 국회 0선이라는 경력 때문일까. 오히려 그것이 더 강점일 수 있는데 차기 당권을 노리는 안철수 의원을 비롯 장재원 의원 등 반 이준석의 전선(戰線)만 넓히고 있다. 보다 못해 홍준표 대구시장이 최고위원과 당 대표는 경쟁관계가 아니라고 경고를 했다. 배현진 의원을 정치에 발탁한 사람이 홍준표 시장임에도 이런 경고를 날린 것은 그만큼 당 내 소란이 민망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이준석-배현진 실랑이도 누가 주인공이고 누가 조연인지 헷갈리게 하는 사례 중 하나라 하겠다. 뿐만 아니라 소위 윤핵관 측에서는 이준석 대표가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고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최재형 의원(前 감사원장)을 위원장으로 출발시킨 당 혁신위원회도 그런 시각으로 보는 측도 있다. 이것을 통해 차기 공천 문제 등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양대 선거를 승리로 이끌고도 주연인지, 조연인지 안개 속을 걷고 있는 이준석 대표- 거기에다 ‘성상납’ 혐의로 당 윤리위원회 결정을 기다려야 하는 이준석 대표, 우리 정당사에 처음 경험하는 이 사태는 그 자신이 자초한 것인가. 아니면 성숙하지 못한 우리 정치문화가 만들어 낸 것인가.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변평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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