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고 반복되는 일상 속, 우리는 가끔 엉뚱한 상상을 하곤 한다. ‘만약 내가~한다면’이라는 작은 상상으로 시작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도 한다. 상상이 실현되지 않지만 지루한 생활에 활력이 되기도 하며 무언갈 시작하는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한다. 현실에서 벗어나 다른 세상에서 마음껏 나래를 펼치게 하는 책들을 꼽아봤다.
■마법소녀 은퇴합니다
『마법소녀 은퇴합니다』(창비刊)는 독특하고 다채로운 서사로 많은 독자들의 호응을 받고 있는 박서련 작가의 13번째 작품이다.
책 속 ‘나’는 신용카드 빚을 감당하지 못해 한강에서 죽기로 결심한다. 한강 다리 위에 서서 뛰어내리지 못하고 울고 있던 나의 앞에 흰 옷을 입은 예언의 마법소녀 ‘아로아’가 등장한다. 아로아는 나에게 시간의 마법소녀가 될 운명이라며 기후 위기로 인한 지구 멸망을 막기 위해 함께 하자고 말하며 이야기가 흘러간다. 책은 이후 ‘마법소녀’라는 상상에 신용카드, 전염병, 기후 재난 등 우리가 피부로 느끼고 있는 현실을 녹여냈다. 박서련 작가가 “각자 자신의 삶에서 마법 같은 기적을 간절히 바란다고 상상하는 일에서 출발한 셈”이라고 말한 것처럼 책을 통해 마법 같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다.
■수상한 중고상점
지난 2011년 미치오 슈스케가 나오키상 수상 직후에 출간해 이목을 끌었던 『수상한 중고상점』(놀刊)이 11년 만에 찾아왔다.
가게 운영엔 관심이 없고 어떤 사건에 휘말리기를 기대하며 엉뚱한 추리를 늘어놓기 바쁜 점장 ‘가사사기’와 장사 수완이 없어 매번 손님들에게 바가지를 쓰는 ‘히구라시’는 작은 중고상점을 운영한다. 어쩐지 어설프고 어수룩한 사람들이 경영하는 이곳에는 물건을 사고팔기 위해 각자의 고민과 사연을 품은 사람들이 찾아오게 된다. 특히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배경으로 한다. 물건을 시장에 가지고 나오며 얽힌 사연과 아픔을 치유하고 그 과정을 계절의 변화에 따라 그려냈다. 책 속 『수상한 중고상점』은 평범하지만 신비한 이력을 가졌다. 책을 덮고 나면 행복과 감동의 여운이 남는다.
■초월하는 세계의 사랑
『초월하는 세계의 사랑』(허블刊)은 우다영, 조예은, 문보영, 심너울, 박서련 등 5명의 작가가 출간 예정작 5편의 프리퀄을 엮은 중·단편 SF 앤솔러지다. 이들은 각각 ‘긴 예지’, ‘돌아오는 호수에서’, ‘슬프지 않는’, ‘기억칩’, ‘커뮤니케이션의 이해’, ‘이다음에 지구에서 태어나면’ 등 5편의 작품을 통해 상상의 세계를 보여준다. 이들이 창조한 주인공들은 온 힘을 다해 살아가고 서로 사랑하고 연대한다. 그렇기에 책 속 인물들의 미래는 낙관적이고 희망적이다.
외계인, 괴물, 운석 충돌 등 SF 사건을 통해 혼란스러운 일상에서도 인간 사이에 차오르는 사랑과 우정, 서로의 문제를 깨닫고 이해하는 과정을 보여준 5명의 작가들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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