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칼럼] 충청도 어르신, 경기도 유권자

‘경기도 경제 비상’ 선언하고
당선인 김동연 충청도 ‘인사’
인사 안 한 경기도민 수백만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의 18일 행보가 주목을 끌었다. 충청북도 일부 지역을 방문한 일정이다. 진천군 덕산읍에서 ‘혁신도시 주민 간담회’를 가졌다. 대한노인회 금왕읍분회 간담회, 금왕읍 주민 간담회도 있었다. 음성군은 김 당선인의 고향이고, 진천군은 외가가 있는 곳이다. 청주 서원대에서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도 했다. 고향 음성군 주민들은 김 당선인 인수위 출범 직후인 9일, 직접 만든 꽃바구니를 선물한 바 있다.

당선인 측은 이번 충청 지역 방문에 불필요한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취임으로 바빠지기 전에 고향 지역민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날 김 당선인이 남긴 워딩은 묵직했다. “고향이기도 하지만 경기도와의 접경지역”이라며 “경기도정을 살피면서 음성, 진천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도록 하겠다”고 했다. 행정적인 약속이다. 정파 이념을 뛰어 넘고 싶다고 했다. 정치 구상 선언이다.

자연스런 고향 방문임을 거듭 강조했다. 여기에 토 달 생각은 없다. 선거에서 정서적 푸근함을 줬던 ‘어른들’이다. 당연한 인사일 수 있다. 그럼에도 어색한 건 뭘까. 뭔가 경기 언론엔 낯선 기사다. 전에도 경기 출신 아닌 경기지사는 있었다. 이인제(충청)·김문수(영남)·이재명(영남)지사가 그랬다. 그 중에 당선인 시절에 고향을 방문한 이가 있었나. 기억에 없다. 뿐만 아니라 재임 때도 ‘고향 어르신 방문’이라는 일정은 못봤다.

경기도 경제가 아슬아슬하다. 당선인 스스로 ‘비상경제’를 선언했다. 인수위에 ‘비상경제대책위원회’도 출범시켰다. 위원장을 본인 스스로 맡았다. 현 도지사 권한 대행까지 본부장으로 참여시켰다. 17일 출범했는데 인수위가 배경을 설명했다. “인수위의 최우선 과제인 민생을 제대로 챙기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신속한 조치와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 당선인의 의지다.” 많은 도민이 듬직해 했다. ‘역시 경제 전문가는 달라.’

뿐만 아니다. 청와대에도 비상경제 체제를 주문했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비상경제대책회의를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인수위는 열심히 하고 있다. 도 집행부도 성실히 참여 중이다. 하지만 이것과 구분되는 당선인만의 영역이 있다. 국가의 경제를 책임졌던 부총리 출신이다. 그가 선언한 비상사태다. 자연스레 ‘김동연발 혜안’을 기대하는 게 도민이다. 거기에 영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비상 경제와 고향 방문-다.

경기도민과의 소통 만남, 민원 파악에도 팍팍할 때다. ‘똑톡! 경기 제안’이라는 사이트가 있다. 인수위 홈페이지에 개설된 민원 창구다. 도민들의 호응이 뜨겁다. 19일 오전 기준 409건의 도민 제안이 접수됐다. 역시 교통·건설·환경이 197건으로 많다. 이밖에 도시·주택(126건), 가족·보건·복지(36건) 등 다양하다. ‘동인선 노선 조기 착공’, ‘경의중앙선 전철 증편’, ‘광역 버스 노선 다양화’ 등 허투루 넘길 아이디어가 없다.

문재인 청와대엔 국민청원 신문고가 있었다. 이재명 경기도엔 도민청원제와 도민발안제가 있었다. 김동연 경기도는 이 ‘똑톡! 경기 제안’을 창구 삼아도 좋을 법 하다. 민원 창구의 취지는 직접 민주주의다. 직접 소통을 원칙으로 한다. 답변자가 당선인일 때 더 좋다. 당선인 때만이라도 할수 있으면 해야 한다. 다 읽고 답할 시간이 필요하다. ‘하루’가 아까울 수 있다.

“당은 국민의힘 찍고, 사람은 김동연 찍었어.” 이런 이들이 주변에 꽤 된다. 그의 능력에 보낸 기대였다. 경제 부총리로 갖춘 능력이다. 그렇게 당선되고 어느덧 20일째다. 그 시간 우리가 봐온 김동연은 어느 모습일까. 경제 9단 김동연이 아니라 정치 9단 김동연 아닐까. 많은 언론이 대권 정치라고 쓴 충청도 방문, 그는 ‘선거 때 고향의 은혜’라 말했다. 그렇게 보면, 갚아야 할 은혜가 경기도에 더 많지 않나. 그날, ‘새벽의 기적’을 선물했던 경기도민이 수백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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