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브로커', 햇살과 그늘을 함께 잡는 고레에다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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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브로커>

배우 송강호에게 제75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지난 8일 개봉했다. <어느 가족>(2018)으로 제71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일본의 거장과 한국 영화계의 만남으로 개봉 전부터 전 국민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 온 작품이다.

<브로커>에는 ‘베이비 박스’에 버려진 한 아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이 담겼다. <브로커>는 관객에게 난감한 질문을 펼쳐놓는다. 엄마가 아이를 버리는 이유에 대해 관객은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 상현(송강호)과 동수(강동원)의 행위도 입양 알선, 아동 유괴와 인신매매로 얽혀 있으며, 심지어 이들을 쫓는 형사들마저도 함정수사와 범죄 유도가 뒤섞인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처럼 <브로커>는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생명 윤리에 대한 근본적인 쟁점을 다루고 있다.

고레에다 감독은 자신의 영화에 늘 사회의 주변부를 맴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 왔다. <브로커>도 이 같은 소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사회적 문제를 민감하게 끄집어낸 뒤 어려움에 처한 인물들 각자의 사연을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든다. 이때 영화는 섣불리 판단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여정을 함께 하는 이들이 뜻하지 않게 서로를 가족처럼 받아들이는 순간들도 놓치지 않는다.

<브로커>는 한없이 어두운 길을 택하지도 않고, 애써 밝아지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 영화가 고레에다 감독의 연출작이라는 사실은 바로 그러한 감정 묘사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더욱이 소영(이지은)과 상현이 기차 안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선 햇살이 비치는 곳과 그늘이 드리우는 곳을 동시에 잡아내려고 하는 감독 특유의 연출 방식도 엿볼 수 있다. <브로커>에서도 역시 그의 시선은 예사롭지 않다. 사람 사이의 갈등을 바라볼 때 어느 한쪽에 치우치면 안 된다는 의지의 표출이기도 하다. 인간의 삶은 늘 빛과 어둠이 혼재하는 곳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송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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