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는 인천에서도 지각변동급의 결과를 보여줬다. 민심은 평소 바닷속처럼 알 수 없다가도 때가 되면 성난 물결을 일으키며 위정자들을 떨게 한다. 그래서 선거에서 패배한 이들은 곧잘 “시민들의 회초리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몸을 낮춘다. 이긴 측도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을 되풀이한다. 선거판이 파하면 민심은 다시 각자의 먹고사는 일을 찾아 바닷속으로 침잠한다. 민심은 어쩌지 못하는 한 가지 만으로도 민주정치는 그 값어치를 한다.
인천시장 선거에서는 4년 전과 동일한 후보들끼리의 리턴매치임에도 상반된 결과로 나타났다. 인천 10곳의 군수·구청장 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이 사실상 8곳에서 승리했고 민주당은 부평·계양구 2곳만 지켜냈다. 민주당이 10곳 중 9곳을 차지하고 국민의힘은 강화군수 1곳만 건졌던 4년 전 선거결과가 역전된 것이다. 인천시의원 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이 전체 40석(비례대표 포함) 중 과반이 넘는 26석(65%)을 얻었다. 이 역시 4년 전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전체 37석 중 34석(92%)을 석권, 국민의힘은 인천시의회에서 존재감도 없었다. 이번 군·구의원 선거에서도 국민의힘은 전체 123석(비례대표 포함) 중 절반에 가까운 60석(49%)을 차지했다.
내달 1일이면 인천시장 등 이번 선거에서 뽑힌 지방자치 주역들이 임기를 시작한다. 새로운 출발을 앞둔 그들 위정자들에게 우리 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30여년 전 어렵게 지방자치가 시행된 것은 더 가까이에서 주민들의 삶을 챙기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자치행정은 과도한 정치 거품에 부풀려져 본래의 길을 잃은 느낌이다. 선거를 거쳐야 하니 어느 정도 정치화는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4년 내내 구호만 요란한 슬로건 지방자치가 되풀이되고 있다. 그럴수록 실질적으로 주민들의 삶을 챙기는 내실은 빈약할 수밖에 없다.
가는 곳마다 ‘시민이 행복한...’ ‘소통 1번지...’ ‘살 맛 나는...’ ‘새롭게 태어나는...’ ‘평화도시...’ ‘수만개 일자리 창출’ 등의 구호 행정이 난무한다. 슬로건대로 시민들이 행복해 지는 것은 아니다. 더 이상 일자리 창출 숫자를 믿는 시민들도 없다. 지자체의 정책이나 행사 이름조차 ‘나누GO 즐기JOB’ 식의 별난 이름 짓기에 더 골몰한다. 좀 있으면 곳곳에서 이런 구호들을 새로 내거느라 시민 세금을 쓸 것이다. 과도한 정치 거품 걷어내고 실속있게 시민 삶을 보살피는 실사구시 행정에 매진하기를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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