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국회로 돌아와 보니, 나아지기는커녕 정쟁이 더 심화돼 착찹한 마음이다. 장관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의 정책 비전과 자질 검증은 뒷전이고 오히려 도덕적인 흠결을 찾는 것이 주가 돼버린 듯하다.
과거 국회도 정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정치적 이슈를 제외하고 정책 현안에 있어서는 여야에 관계없이 견해를 같이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정당이 다르면 법안 공동발의도 잘 안 해주는 분위기라 하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18·19·20대를 지나 21대에 오면서 이른바 진영 대립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과거 국회에서 상임위가 아니라도 띠모임, 축구모임, 종교모임, 체력단련실, 의원친선협회 등을 통해 소속 정당을 떠나 친분도 쌓고 편하게 속내도 털어놓곤 했으나, 최근에는 이러한 문화도 많이 희석된 듯 싶다. 그러다 보니 과거처럼 인간적 신뢰에 바탕을 둔 통 큰 정치를 기대하기가 어려워졌다.
이렇게 진영 논리가 득세하면 침묵하는 다수보다 목소리가 큰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이 커지며, 결국 국회는 국민과 멀어지게 된다. 국회의원 각자가 입법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진영 논리에 갇히면 개별 국회의원이 할 수 있는 일은 점점 줄어들게 된다. 국회의원 개개인을 따지면 열심히 일하고 인품도 훌륭한 분이 많지만, 진영으로 대립하게 되면 국민 눈에 다 엇비슷한 정치인으로 보이게 된다.
그러나 정치의 본령은 국민의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며, 사회의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것이다. 통합의 책무는 대통령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회 본연의 책무가 바로 조정과 통합이다. 국회의원의 1차적 판단의 기준은 지지층이 아닌 국민의 삶이어야 한다.
이제 여야가 바뀌고, 여소야대 상황인 만큼 국회에서의 협치가 더욱 중요해졌다. 여야가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으니 서로의 입장에 대해 충분히 알고도 남을 것이다. 내로남불이 아닌 타산지석과 역지사지의 자세로 타협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또 하나의 큰 문제는 규제 입법이 지나치게 늘고 있는 점이다. 의정활동 평가 항목에 법안 발의 개수가 포함된 이후 해를 거듭할수록 의원 입법이 증가하고 있다. 20년 전인 16대 국회만 해도 2천500건에 불과했던 발의 법안 수가 20대 국회에선 2만건을 넘었다고 한다. 그리고 법안의 내용을 따져봐도 상당수가 규제 법안이다. 19대 국회에서 생긴 규제가 1천700건인데, 20대 국회에서 만든 규제가 7천건으로 늘었다는 보도도 있다. 현재 21대 국회에서 쟁점이 된 기업규제 3법, 중대재해처벌법, 언론중재법 등의 주요 내용도 규제와 강력한 징벌로 이뤄져 있다.
규제가 양산되다 보니 최근 스타트업 기업까지 국회와 행정부 출신을 영입한다는 말도 있다. 시장경제는 민간의 자율과 창의가 기본인데, 규제만으로는 역동적인 시대 변화를 이끌 수 없다. ‘일하는 국회’를 만들려다 오히려 ‘규제를 양산하는 국회’가 돼버린 것이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속도로 여러 분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산업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지금의 규제 중심의 입법 시스템으로는 4차 산업혁명을 완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과거의 관행을 깨고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연금·재정 개혁, 데이터3법과 같이 속도감 있는 변화를 뒷받침하는 입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4차 산업혁명, 그리고 MZ세대의 출현 등으로 대한민국은 격변기를 맞고 있다. 시대는 초고속으로 앞서가는데 국회는 변하지 않고 있다. 곧 지방선거가 끝나고 선거 정국이 마무리되면 차분히 국회의 변화를 논해야 할 것이다. 국회가 달라지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김학용 국민의힘 국회의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