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망설임도 두려움도 없이 떠난다”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숨을 거뒀다. 20대 때 대기업 임원으로, 이후 승려로 삶을 살았던 스웨덴인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다산초당刊)는 나티코의 이야기, 가르침을 담은 처음이자 마지막 책이다.
저자는 대학 졸업 후 다국적 기업에서 근무하며 스물여섯 살에 임원으로 지명됐으나 그 자리를 포기하고 사직서를 냈다. 진정한 나를 찾고 싶다는 생각에 태국 밀림의 숲속 사원에 귀의해 ‘나티코’, ‘지혜가 자라는 자’라는 법명을 받고 파란 눈의 스님이 되어 17년 간 수행했다.
승려로서 지킬 엄격한 계율조차 편안해지는 경지에 이르자 마흔여섯의 나이에 사원을 떠나 일상 속에서도 마음의 고요를 지키며 살아가는 법을 전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곧 루게릭병 진단을 받고 세상을 떠났다. 그는 마음 속 소음을 잠재우고 진정한 자신을 마주한 이야기를 전한다. ‘우리는 누구나 생각을 내려놓을 능력이 있습니다…그 잠재된 능력을 무시하거나 아예 잃어버린다면, 우리 삶은 여태까지 몸에 깊이 밴 행동과 관점에 좌우됩니다.’, ‘내면에는 정교하게 연마된 자기만의 조용한 나침반이 있어요. 그러나 그 지혜는 요란스러운 자아와 달리 은은해서 일부러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소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삶을 바라보고 살아내는 시선의 변화를 담아냈다.
한국 환상 문학의 중흥기를 이끈 하지은의 신간 <언제나 밤인 세계>가 출간됐다. 7년 만에 장편을 펴낸 작가는 판타지 세계를 고스란히 그려냈다.
태어났을 때부터 하반신이 하나로 붙어 있던 샴쌍둥이로 태어난 ‘에녹’과 ‘아길라’ 남매. 에녹의 몸체에 붙어 있던 아길라의 죽음을 전제로 한 분리 수술이 진행되지만, 기적적으로 두 아이 모두 살아남아 목숨을 구한다. 죽음이 예견된 존재였던 아길라는 자라며 두 다리를 잃게 된 과거의 진실에 대해 알게 되고, 갈수록 이성을 잃고 히스테릭한 모습으로 변해간다. 남매의 애증이 펼쳐지는 공간에서 그려지는 판타지는 몰입감을 선사한다. 전작 <얼음나무 숲>의 키욜 백작과 <보이드 씨의 기묘한 저택>의 마라 공작이 카메오로 등장해 활약하는 것도 재미를 더한다. 책 서두에 나오는 하나하나의 단서가 책 마지막장을 덮을 때 까지 이어져 몰입도를 높인다. 인간의 본질인 욕망을 위해 행해지는 행동에 대해 시간이 지나며 무뎌지는 변화들, 질투와 시기가 마치 눈 앞에서 쏟아지는 듯 하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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