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파도

파도

                                      김경옥

 

기분이 좋을 때는

부드럽게 쓰다듬고

엄마에게 혼난 날은

거칠게 투정부렸어

모래밭 얼굴 묻은 조개야

조심할게 미안해

 

투명하고 맑은 ‘어린이 마음

바다만큼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도 없으리라. 문학작품은 물론 그림으로, 음악으로 우리네 곁을 잠시도 떠나지 않고 수많은 이야기를 낳고 있다. 이 작품은 파도를 어린 아이로 둔갑시킨 재미난 동시조다. 기분이 좋을 때는 얼굴 가득 웃음을 물고 부드러운 손길로 어루만지지만 엄마에게 혼이 난 날은 갖고 놀던 장난감까지도 마구 팽개치는 심통난 아이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한마디로 진정성이 느껴지는 동시조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삼는 만큼 동시는 무조건 예뻐야 한다는 일반적인 통념을 보란 듯이 깨뜨린 점이 특히 좋다. 그와 함께 ‘자기반성’을 깨닫는 후미 부분도 귀엽다. ‘모래밭 얼굴 묻은 조개야/조심할게 미안해’. 사나운 파도에 겁먹은 조개를 위로하는 이 대목이 또한 예쁘다. 여기에 시종 대화체로 이끌어간 시적 흐름도 어린이 눈높이에 딱 어울린다. 내일은 5월 5일 어린이날, 방정환 선생에 의해 ‘어린이’란 말이 세상에 나온 지 100주년이 되었다. 가부장적 제도 속에서 억압받고 차별받는 아이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야 한다고 부르짖은 지 100년이 되었다. 과연 그 뜻대로 이 땅의 어린이들이 대우받고 있는지 어른들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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