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국제관계는 영원한 적도, 우방도 없다는 외교가의 고전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90년대 동서냉전 이데올로기가 종식되면서 더욱 그런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조차 시장경제 체제를 적용하고 있는 데다, 각국이 자국의 경제적 이익에 우선한 국수주의 실리외교를 추구하면서 더욱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이러한 국제정세에서 한국외교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정책의 틀을 새롭게 재정립할 분기점에 있다.
우리나라는 빈약한 부존자원에서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열강이 남북한을 경계로 이념적으로 반세기 넘도록 대치해온 만큼, 대한민국의 생존은 굳건한 외교력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외교의 현주소는 너무도 열악하다. 특히 한·미, 한·일, 한·중, 한·러 관계는 역대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문재인 정권 외교안보 정책의 원칙 부재 말고는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지난 5년간 한반도 외교는 동북아 역내 질서가 급변하는 가운데 원칙없이 수동적인 대응외교에 머물렀다. 대한민국의 외교 안보는 길을 잃은 채 사실상 표류했다.
문재인 정부가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지 못하고, 편향된 코드이념과 아마추어리즘에 빠져 외교안보에 위기를 가져온 것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 우선주의와 북한 중심 외교정책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고립을 더욱 자초했다. 그러다보니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국익보다는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북한은 올해에만 12번째 미사일을 동해상으로 쏘는 무력 도발을 감행했다. 지난 10일에는 김정은 공식 집권 10년 기념 중앙보고대회에서 “국가 핵 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을 끝끝내 실현했다”는 자체 평가를 내놨다.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이 발간한 ‘2022년 우주안보 도전’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이 ‘평화적인 우주 이용’을 표면적 이유로 내세워 탄도미사일 실험을 계속하며 이론적으로는 위성 공격 가능성까지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왜곡된 역사관과 1980년대 이념의 편향성에 갇혀 급변하는 주변 정세를 냉철히 직시하지 못한 외교적 실패의 결과다. 미·중 패권경쟁, 한미동맹 약화, 한일관계 악화, 북·중·러 연대 등 국민의 안전과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대내외 정세의 격변에도 문 정부는 그저 북한만을 우선시하며 수동적으로 대응하기 급급했다.
새로운 정부에서는 이러한 문 정부의 실책을 중단하고, 대한민국 국익 중심의 현실주의 외교정책을 개진해야 한다. 북한 중심의 수동적 사고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주변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꼬여버린 북핵문제의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주변 강대국의 군비경쟁과 북한의 핵위협이 증대되고 있는 현실을 냉철히 직시하고, 튼튼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대북 억제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스스로 자초한 북한 중심 외교정책에서 벗어나, 실용에 기반한 힘 있는 외교안보 정책으로 대한민국의 세계적 위상을 높여 나가야 하는 것이다.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역대 대통령 당선인 중 처음으로 취임 전 한미 군사동맹의 심장부인 주한미군 평택기지(캠프 험프리스)를 방문,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엄중한 상황에서 한미 군사동맹과 연합방위태세를 통한 강력한 억제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한반도 안보 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한미동맹 강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외교안보 정책 기조의 최우선에 한미 동맹 강화를 두고, 지난 5일 한미정책협의 대표단을 통해 미국 백악관에 당선인 친서를 전달한 바 있다. 이처럼 새로운 정부 출범과 함께 한국외교는 기존의 문제점들을 극복할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전망이다. 국제관계는 이제 이념이나 도덕적 잣대, 혹은 윤리적 접근보다는 자국의 국익 여부를 먼저 고려하고 접근하는 경향이 고착화됐다. 그 속에서 세계질서 역시 변화를 거듭해왔다. 영원한 적도 우방도 없는 국제관계에서, 새 정부는 실용에 기반한 원칙있는 외교정책을 통해 발전적인 한국외교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윤상현 국민의힘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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