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풀테펙 성은 1차 완공 후에는 관리되지 않아 버려지다시피 했다. 1803년 때마침 이곳을 찾은 알렉산더 훔볼트(Alexander Humboldt)는 왕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왕실 재무부가 궁전 창문을 판매하는 것을 알고 크게 비난했다. 그리고 그는 성에 대한 무방비한 관리를 책망하는 기록을 남겼고, 1806년에는 멕시코시티 정부가 성을 매입해 관리하기 시작했다.
성은 멕시코 독립 전쟁(1810∼1821) 중에 또다시 버려졌고, 누구도 살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1833년 군사 학교가 되면서 건물의 부분 보수가 이뤄졌고, ‘키가 큰 기사(Caballero Alto)’라는 애칭의 망루를 세웠으며, 성의 새로운 뷰포인트가 됐다.
차풀테펙 성은 독립 후, 격변기 근대 멕시코 역사에서 고비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유서 깊은 곳이다. 멕시코와 미국 간의 전쟁에서 1847년 9월 13일 군사학교 소년 영웅들(Ninos Heroes)이 성을 방어하다 장렬하게 전사한 아픈 역사가 있다. 그들의 숭고한 죽음을 기리는 역사적인 벽화가 성 내부 천정에 화려하게 그려져 있지만, 이 전투에서 승리한 미국은 ‘해병대 찬가(Battle Hymn of the Republic)’에 ‘몬테수마의 홀(Halls of Montezuma)’이라는 가사가 등장하는데, 이 표현은 차풀테펙 성을 의미한다.
미겔 미라몬(Miguel Miramon) 대통령 시절 성을 증축했고, 공화국에서 제국으로 바뀐 후 1864년 멕시코 제국 초대 황제였던 막시밀리아노 1세(Maximiliano I)와 그의 아내 카를로타(Carlotta)가 성을 제국의 공식 궁전으로 격상하면서 지금 모습으로 탈바꿈시켰다.
박태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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