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아침] 이제는 하이브리드 인간관계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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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재 가천대 길병원 외상외과교수

코로나19가 3년째 기승을 부리고 있다. 숨은 감염자를 포함하면 약 절반 정도의 국민이 감염을 경험했지만, 다행히 거리두기와 높은 백신 접종률로 세계적으로도 낮은 치명률을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감염 전파를 막는다는 이유로 마스크로 입을 가리고 서로 거리를 띄우면서 기존과는 다른 인간관계를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비대면 업무와 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인터넷을 활용한 재택 근무나 원격 회의 등이 자연스러워지며 인간 특유의 적응을 해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독특한 ‘다같이 끝까지’ 회식 문화도 거리두기로 인해 잠잠했고 이로 인해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있지만, 회사원들 중에는 긍정적으로 느끼는 이들도 있다. 최근 한 조사에서는 코로나가 끝나면 친구들과의 술자리는 원하지만 회식은 원치 않는다는 입장이 더 많았다. 그동안의 회식은 윗사람이 가능한 날짜에, 좋아하는 곳에서, 원치 않는 술을 마시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러면 다음날 업무에도 지장이 있으며 가정 생활과 건강에도 부정적으로 회식의 원래 목적과 맞지 않다.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업무나 강의는 시간과 거리의 제한을 벗어나 정보 전달을 가능하게 했지만, 강의 준비를 하지 않고 예전 영상을 재탕하거나 반대로 강의를 듣지 않고 출석만 확인하는 부작용도 많아졌다. 또한 같은 공간에서 직접 보고 들을 때 느낄 수 있는 공감과 집중은 같을 수 없다. 좋아하는 가수의 라이브 영상과 음원을 좋은 시설로 감상하는 것과 직접 콘서트장에 가서 함께 즐길 때의 감동이 다른 것과 같다.

최근의 학술대회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동시에 진행하는 하이브리드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 주에 있었던 학술대회에서 다른 기관에서 일하는 분들과 오랜만에 식사와 술자리를 가졌다. 그동안 온라인에서는 종종 봐왔지만 바로 옆에서 얼굴을 보며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동안 모든 분들의 얼굴에 웃음이 함께 했다. 일을 함에 있어서도 각자의 공간에서 혼자 정리하여 보고하는 것이 효율적인 부분도 있지만,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할 때 정리도 잘되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많이 나올 수 있다.

대면(對面)은 서로 얼굴을 마주 대하는 것이다. 대면을 통한 인간관계는 기계와 인공지능이 진화하는 세상에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강점이자 존재 이유가 될 것이다. 코로나가 끝나고 마스크를 벗게 되더라도 우리가 경험한 언택트 기술의 장점은 유지하고 권위나 위계로 이루어졌던 문화는 과거에 남겨두되, 대면을 통해 얻는 에너지와 창의력을 살리는 새로운 하이브리드 인간관계(人間關係)가 정착하길 바란다.

이길재 가천대 길병원 외상외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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