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번째 에피소드는 ‘차풀테펙 성’과 ‘국립 예술의 전당’을 대주제로 풀어낸다.
중세 유럽의 성은 당시 경제 중심지로 통치자가 머무는 저택이자 소유자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나타내는 건축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전략적 요충지이자 적이 침입할 땐 전투 현장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총포의 발달로 화력이 막강한 대포를 성이 막아내지 못하자 기사 시대 몰락과 함께 성의 역할도 쇠퇴해 지금은 역사의 현장으로 남아 있다.
‘옛 성’은 여행지에서 둘러보고자 하는 버킷리스트에 포함되는 필수 코스다. 특히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저마다 역사적 가치와 문화적 의미가 담겨있는 크고 작은 성을 많이 만날 수 있고, 어떤 곳은 격조 높은 건축적 아름다움과 예술성까지 갖춘 곳도 있다.
하지만 북미는 유럽과 달리 성이 별로 없다. 그 이유는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탐험한 후, 유럽 식민지로 전락하면서 원주민시대 성은 대부분 파괴됐다. 그리고 그들이 독립을 쟁취한 후에는 왕정으로 돌아가지 않고 바로 민주주의 국가가 된 역사적 배경 때문이다.
그러나 멕시코시티에 북미를 대표하는 차풀테펙 성(Castillo de Chapultepec)이 있다. 이 성은 잠시나마 근대 멕시코제국 시절 황제의 궁전이었다. 성의 건축은 누에바 에스파냐 시절 총독 베르나르도 갈베스(Bernardo Galvez)의 명령으로 1785년 짓기 시작하여 우여곡절 끝에 몇 차례 증·개축을 거쳐 1863년 완공했다.
나우틀어로 ‘메뚜기 언덕’이라는 뜻을 가진 차풀테펙 성은 해발 2천325m 멕시코시티 언덕에 자리하고, 이곳은 아스텍 시대에는 신성한 제단이 있었던 곳이다. 성은 에스파냐 식민지배 시절에 착공했으나 공사 도중 왕실에 대항하려 한다는 첩보 때문에 공사가 한때 중지되기도 했다.
박태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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