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물수제비

물수제비

                                          황병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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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르 통통 튕기며

강물에 쓴 아빠의 말

 

우·리·환·희·사·랑·해

멀리멀리 일곱 마디

 

공손히 허리 굽혀 쓴

짧은 대답

퐁당

나·도

 

 

물결에 수놓은 자식 사랑

 

우리나라 말 가운데는 재미있는 말이 참 많다. ‘물수제비’란 말도 그 가운데 하나다. 물로 뜬 수제비라니! 이런 말이 다른 나라에도 있는지 모르겠다. 이 동시는 아빠와 자식이 강에 나가 둥글고 얄팍한 돌로 강물에 물수제비를 뜨는 이야기를 담았다. 아빠는 힘이 좋아서 멀리, 나는 힘이 모자라서 가까이 뜰 수밖에 없는 물수제비. ‘우·리·환·희·사·랑·해’ 아빠가 뜬 물수제비에 ‘나·도’라고 화답하는 그림이 너무너무 곱고 예쁘다. 더욱이 재밌는 것은 글자 사이에 방점(·)을 찍은 것. 물수제비가 물 위를 날 때마다 하나씩 놓은 징검다리다. 아니, 물 위에 다리를 놓은 가교(架橋)다. 해서 말인데, 이 아름다운 가교를 물 위에만 놓지 말고 우리들의 세상에도 놓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언제부턴가 멀어진 인간관계를 물수제비로 이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동시는 어린이를 위한 문학이지만 때론 어른들을 향한 문학일 수도 있다. 그래서 어느 모임에서는 만남이 있을 때마다 동시를 한 꼭지씩 준비해 와서 돌려가며 낭독한다고 하지 않는가. 날로 때 묻어가는 세상살이에서 동심이 깃든 문학을 통해 아름다운 삶을 찾고자 노력한다니 이 얼마나 예쁜가. 동시는 세상을 가꾸는 꽃이요 숲이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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