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현지시간) 이수지 작가가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아동문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안데스센상을 수상하면서 그림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은 지난 23일 자사 도서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이 작가의 책들이 전주 평균 대비 154배 가량 더 많이 판매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림책은 동심을 불러일으키는 그림과 함축적인 이야기 속에 담아내는 글로 마음을 움직인다. 그림책을 보는 어른들이 최근 늘어난 이유이기도 하다. 시대를 읽어내고, 닫힌 마음을 녹여내는 그림책들을 선정해봤다.
■괜찮아, 나의 두꺼비야(이소영 글그림·글로연 刊)
나와 성격과 취향이 다른 친구, 그 친구가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보며 질투심을 느껴본 적 누구나 한두번쯤은 있을테다. <겨울 별>, <여름>, <여기, 지금, 함께> 등을 쓰고 그린 이소영 작가는 관계의 엉킴과 그 속에서 받은 상처, 오해, 용서, 진심의 이야기와 감정을 그림과 글로 세밀하게 담아냈다.
깊은 숲 속 연못가에 오랜 친구인 흰 두꺼비 하양과 빨간 두꺼비 빨강이. 하양이는 명랑하고 사교적이며 친구들과 어울리길 좋아했지만, 빨강이는 집에서 조용히 혼자 보내는 시간을 좋아했다. 하양은 빨강이 자신의 동의없이 멀리있는 친구들을 초대했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자신의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던 빨강이는 돌을 집어던지고 우연히 하양이가 맞고 만다. 작가는 관계의 경계선을 넘어가며 몰아붙이는 빨강의 독점적 사랑과 그에 따른 죄책감, 부끄러움 등을 그림과 글로 담아냈다. 특히 강렬하게 대비되면서도 따뜻한 색감으로 표현한 숲 속과 주변 동물 친구들, 홀로 남겨진 빨강의 표정 등을 세밀하게 살려 주인공들의 감정과 글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 하다.
작가 이소영은 <그림자 너머>로 2014년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됐고, <여름>은 2021년 화이트레이븐스에 선정됐다.
■연이와 버들도령(백희나 글그림· 책읽는곰 刊)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동화작가이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수상한 백희나 작가의 신작이다. 책은 우리 옛이야기 〈연이와 버들 도령〉을 백희나 작가만의 시각으로 재해석했다. 우선 강렬하고 눈을 뗄 수 없는 그림이 마음 한 편을 흔든다.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에서 선보였던 닥종이 인형, <장수탕 선녀님>에서 선보였던 인형과 실사의 혼합 등의 기법이 총망라 되면서 마치 살아움직이는 것 보다 더 살아있는 듯한 감정을 표현해낸다.
옛이야기 속에서 의붓딸 연이는 초인적인 조력자 버들 도령을 만나 계모가 던져 주는 시련을 극복하고 행복을 쟁취한다. 백희나 작가의 책에선 '계모' 대신 '나이 든 여인'이 나온다. 또한 연이를 중심으로 나이 든 여인과 버들 도령과의 관계 설정부터 결말까지 색다른 서사를 창조해냈다. 고립과 단절의 시간을 딛고 일어난 성장과 희망의 이야기는 백 작가만의 사실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색채들로 더욱 빛난다.
그림책의 매력에 흠뻑 빠진 이들은 소모임을 만들면서 일상을 위로하기도 한다. 최근 수원의 한 동네책방에서 그림책 모임을 만든 조수진씨(34)는 1년 전부터 그림책에 빠져들면서 매달 한 권의 책을 선정해 회원들과 함께 생각과 감상을 나누고 있다. 조 씨는 "이전엔 그림책이라고 하면 어릴 때나 읽거나 특정한 몇몇이 읽는 책이라 생각했는데, 최근 그림책의 위상이 달리지고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들이 많아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글로만 채워진 삶과 인생이 아닌, 그림으로 응축된 다양한 이야기와 거기서 오는 감동으로 또 다른 위안을 받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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