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입김

입김

                                    김훈동

 

아른아른 아지랑이

우리 할머니 입김 같다.

눈싸움하다 집에 오면

우리 할머니

“귀여운 우리 강아지

얼마나 손이 시릴까?”

내 손 꼬옥 쥐고

입으로 ‘호호’ 불어주면

얼었던 손이 녹았다.

아지랑이 아른거리면

할머니가 생각난다.

 

잠들지 않는 동심의 추억

봄의 상징은 아지랑이다. 겨우내 말랐던 들녘에 안개처럼 아지랑이가 피면 봄이 온다는 신호다. 시인은 이 아지랑이를 할머니 입김으로 보았다. 어디 그 뿐인가. 가슴속에서 잠자던 저 어린 날의 눈싸움까지 끄집어냈다. 친구들이랑 한바탕 눈싸움을 하고 들어오면 할머니는 기다렸다는 듯 얼었던 손을 녹여주곤 했다. “우리 강아지, 우리 강아지!” 해가며. 이 세상에서 할머니의 손주 사랑만큼 따슨 사랑이 어디 있을까? 이 동시 속의 할머니 ‘입김’은 그 사랑의 깊이를 느끼게 해준다. 입 속의 김을 모아 ‘호호’ 불어줄 때 친구랑 다퉜던 응어리까지도 녹여 주었을 것이다. 추억은 잠들지 않는다. 잠들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나이를 먹을수록 새잎처럼 파릇파릇 되살아난다. 저 들녘의 봄꽃들처럼. 어찌 보면 야구란 경기와도 흡사하다. 홈을 떠나 자기 힘으로 1루, 2루, 3루를 거쳐 다시 홈으로 돌아오듯이 멀리 떠날수록 홈(집)이 그리운 법, 그게 추억의 속성이다. 어린 날의 추억은 그래서 보석이라고나 할까? 세상살이가 고단할수록 가끔은 어린 날로 돌아가 볼 일이다. 세상 모르고 지냈던 저 동심 어린 시간을 목욕물삼아 때에 전 자신을 세척할 필요가 있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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