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는 신화와 전설로 전해지고 기록됐다. 유럽에 <그리스 로마 신화>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단군신화>와 <삼국유사>가 있다. 그 중 <삼국유사>는 당시 백성의 염원과 신화, 전설의 세계가 어우러져 한민족 고유의 판타지 세계를 연출해낸다. 연극과 드라마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주목받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삼국유사 전문가’로 널리 알려진 고운기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61·사진)가 최근 <삼국유사의 재구성>을 펴냈다. 책은 삼국유사가 문화콘텐츠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밑바탕을 그렸다. 삼국유사 이야기와 원형을 찾고, 지금의 결에 맞춘 이야기를 논리적으로 뒷받침했다. ‘문화예술계의 삼국유사 활용법’인 셈이다.
안산 에리카캠퍼스 국제문화대학서 만난 고 교수는 “전문성을 갖추고 기획과 연출을 하기 쉽지 않은 문화콘텐츠 분야 종사자들이 새롭게 시나리오를 만들고 다른 자료와 융합할 수 있도록 바탕을 마련했다”며 “삼국유사 전체를 이해할 수 있게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고 밝혔다.
우리 역사와 우리만의 것을 활용한 문화콘텐츠는 2005년부터 주목받았다. 하나의 이야기와 역사는 영화, 연극, 음악, 뮤지컬, 책 등 다양한 영역으로 가지를 뻗어나갔다. 역사의 재해석과 우리 고유의 사상, 풍속을 담은 자료를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가 중요해 진 것. 고 교수는 생각했다. ‘이미 유럽 사람들이 그리스신화를 문화콘텐츠로 활용한 것처럼, 우리도 우리만의 고유한 것을 활용하면 좋겠다’라고.
이에 그가 주목한 것이 삼국유사다. 고 교수는 마침 2000년 이전부터 삼국유사 텍스트를 연구해 왔다. 한국 고전 시가를 전공하고 등단까지 한 시인이나, 향가 연구를 하면서 삼국유사라는 역사서에 흠뻑 빠져 전문가가 됐다. 때마침 문화콘텐츠 분야에서 창작 소재 개발도 시작되던 터였다. 그렇게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삼국유사>와 <스토리텔링 삼국유사 1~5>를 펴냈다. 그는 또 한 번 자문했다. 삼국유사는 문화원형의 틀을 만드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또다시 10년을 기약하며 삼국유사를 놓고 문화원형의 틀을 만드는 데 매진했다. 앞서 2012년 국립극단에서 진행한 ‘삼국유사 프로젝트’에 그 바탕을 제공한 경험도 있다. 삼국유사는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쏟아낼 수 있는 훌륭한 원형이었다.
양적으로 팽창한 미디어 시대는 그를 문화원형의 틀을 만드는 데 더욱 천착하게 했다. “1인 미디어에서부터 매스미디어까지 범위가 넓어졌고 K-문화가 주목받고 있지만, 이를 담을 수 있는 콘텐츠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합니다. K-문화가 세계 시장에서 힘을 발휘하고 영향력을 가지려면 콘텐츠를 개발하는 게 가장 큰 과제예요.”
그는 연구자로서의 사명감으로 문화콘텐츠가 무궁무진하게 개발되도록 바탕을 다지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특히 문화 원형 디지털콘텐츠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다. 삼국유사를 이용자들이 훨씬 더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디지털환경에서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지난날 우리 것에 대한 다양한 해석의 바탕, 또 이 해석을 끊임없이 제공해주는 역할을 연구자들이 해야 합니다. 예전처럼 단순한 학자로서 어느 한 부분에 대해 연구만 하는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삼국유사>의 이야기가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꿈꾸는 이에게 널리 활용되길 바랍니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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