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은 2020년 이천 물류창고 화재를 계기로 제정되어 산업현장에서 사망사고를 포함한 중대재해를 예방하고자 만들어졌다. 그러나 지난 1월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우리는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가 발생한지 6개월도 되지 않아 평택 물류창고 신축공사 화재로 또 한번의 아픔을 겪었다.
소방청에서 발표한 2011~2020년 약 10년간 화재발생 장소별 추이를 살펴보면 주거시설에서 11만1천409건으로 제일 많았으며 다음으로 산업시설에서 5만4천874건이 발생해 그 뒤를 이었다. 발화요인은 부주의가 21만254건으로 1위를 차지했으며 2위는 전기적요인 9만1천164건으로 나타났다. 부주의 요인은 담배꽁초 6만4천779건, 용접부주의 및 화원방치가 3만9천268건이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화재의 제일 큰 원인이 부주의라는 것이다. 화재는 일상생활에서의 작은 관심과 실천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 예컨대 겨울철 산업시설 내 동파방지를 위해 전열기를 사용할 때는 일정 온도 이상 올라가면 경고음을 내는 경보기를 설치하고 용접작업을 할 때는 안전화 입회하에 소화기, 마른 모래 등을 준비하고 주변 가연물 제거 및 방엽시트 등 화재예방 조치를 한 후에 작업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 대형 화재가 발생한 사례는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2020년 군포 물류창고 화재만 하더라도 소방서 추산 220억 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화재 원인은 분리수거장에서 담배를 피운 뒤 무심코 쓰레기 더미에 담배꽁초를 버린 게 건물로 옮겨 붙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무려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천 물류창고 화재는 용접 작업을 하면서 기본적인 방호 조치를 하지 않았고 임시 소방시설도 배치하지 않았다.
이와 비슷한 이유로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채 2021년 쿠팡물류센터와 최근 평택 냉동창고 공사장 화재로 인해 소중한 생명이 또 다시 희생되었고 더불어 막대한 재산 손실과 지역 주민들의 피해로 이어졌다.
이러한 중대한 인명피해를 주는 산업 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 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것이 바로 중대재해처벌법이다. 덧붙인다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스스로 안전 보호 조치를 강화할 수 있도록 예방 의무를 부과하고 향후 중대 재해를 더 근본적으로 예방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화재 예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불을 다룰 때 주의를 기울이는 것에서 부터 시작된다. 불은 언제나 작은 불씨에서 시작하지만, 방심한 사이 큰 불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잠깐이라도 불을 다루는 작업을 한다면 항상 안전을 확보하고 일을 해야 한다. 이것이 나와 내 가족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길임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한다.
김범진 안성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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