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 아파트 매매시장의 하락세에도 늘어나는 전·월세 수요로 실수요자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리 인상으로 인한 대출이자를 피하고자 반전세 등 전세의 월세화도 빨라지고 있다.
1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경기도 아파트 거래내역을 분석한 결과 최근 이어지는 거래 절벽 속에서도 전월세 거래가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도내 아파트 거래는 총 1만8천841건으로 이 중 1만6천102건이 전월세 거래(85.46%)였다. 특히 이 가운데 5천655건(30.01%)이 월세가 조금이라도 포함된 거래인 것으로 확인돼, 도내 부동산 시장에서 체결된 거래 10건 중 3건이 월세 거래였다.
이런 가운데 고가의 전월세 거래도 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간한 ‘2021년 4분기 부동산시장 동향’에 따르면 준월세(보증금이 월세의 12~240배), 준전세(보증금이 월세의 12~240배를 초과)의 가격 상승폭은 지난 분기 대비 0.1%p, 0.2%p 각각 증가했다. 실제로 지난달 경기지역에선 10억원이 넘는 전세 거래가 39건 이뤄졌다. 월세 거래에선 보증금 5천만원에 월 550만원 거래까지 체결됐다. 이밖에 월 100만원이 넘는 월세를 납부해야 하는 거래도 718건으로 전체 월세 거래 중 12.7%에 달했다.
이는 대출금리 상승으로 전세대출 이자가 부담스러워지면서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내는 반전세가 낫다고 판단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초 2~3%대에 머물던 전세대출이자는 올 들어 3%대 후반에서 4%대 후반까지 치솟았다. 앞으로 기준금리가 더 인상되면 5%를 웃돌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어 당분간은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매매가격의 안정세에도 대선 영향 등으로 불안한 부동산 시장의 매수 결정을 미룸으로써 전월세 수요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적어도 대선이 시작되는 다음 달까지는 전월세 실수요자들의 부담이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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